일본롯데홀딩스 상장 등 전략적으로 접근
  • ▲ 민유성 고문(오른쪽)이 신격호 총괄회장(가운데)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뒷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취재진에게 얘기하고 있다.ⓒ연합뉴스
    ▲ 민유성 고문(오른쪽)이 신격호 총괄회장(가운데)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뒷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취재진에게 얘기하고 있다.ⓒ연합뉴스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이 롯데家 경영권 분쟁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6일 금융권과 재계에 따르면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공세가 민유성 고문(전 산업은행장)이 가세하면서 더욱 치밀해지고 파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롯데家 경영권 분쟁에서 밀린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워 자신이 후계자라며 폭로전을 진행해왔다. 막무가내 공세가 지난해 10월 민유성 고문을 영입하면서 바뀌었다. 이후부터 보다 전략적이고 치밀해졌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신 전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 일본롯데홀딩스를 상장하고, 그 과정에서 종업원지주회에게 1인당 약 25억원의 시세차익을 안겨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이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지난 19일 일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일 양국 1조원씩 약 2조원을 사재출연해 직원복지기금으로 활용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종업원지주회를 흔들어 자신의 편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막대한 돈으로 직원들을 유혹하려는 전략은 과히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파상 공격의 막후에는 자타공인 SDJ코퍼레이션의 브레인으로 여겨지는 민유성 고문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SDJ코퍼레이션의 핵심 인력들도 모두 민 고문의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형제간 다툼이 아닌 '신동빈 회장 VS 민유성 고문'의 대결이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민 고문은 시티은행, 리먼 브라더스, 모건 스탠리, 살로먼 스미스 바니 등 쟁쟁한 글로벌 금융기업들을 거쳤다. 산업은행을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키우라는 중책과 함께 2008년 산업은행장으로 내정됐다. 뉴욕주립대 MBA를 나온 재원이자 선진금융기업들을 두루 거쳐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맡을 적임자로 여겨졌다.
     
    그랬던 그가 산업은행장 퇴임 이후 잠잠하다가 돌연 롯데家 분쟁에 등장한 것이다. 전 국책은행장이 사기업의 분쟁에 개입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이번 경영권 분쟁을 최전선에서 이끌고 있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며 경험을 쌓은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은 선진금융의 아이콘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며 “최근 분쟁에서 시장논리나 상법을 무시한 발언들을 하는 것을 보며 과연 과거의 그 분이 맞나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일본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파격적인 제안에 대해서도 시선이 곱지 않다. 실현가능성도 낮을뿐더러, 경영인이 비전이나 능력이 아닌 돈으로 직원을 매수하려 한다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제안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은 일본 직원들이 더 잘 알 것”이라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행동이 한국 롯데 직원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자신에 대한 국내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 사정에 밝지 않고 한국어도 하지 못하는 그를 민 고문 측이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신 전 부회장이 측근들에 휘둘려 국내 여론 파악이나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