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반란은 수포로 돌아갔다. 경영 복귀를 노리던 롯데그룹 장남은 주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채 또 다시 패배했다. 경영권 분쟁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롯데그룹 형제가 또 한 번 맞대결을 펼쳤지만, 이변은 없었다. 안정적 경영능력을 보이고 있는 신동빈 회장에 대한 주주들의 확고한 지지를 재차 확인했다.

     

    지난 6일 오전 9시 일본 도쿄에서 일본롯데 홀딩스 임시주주총회가 열렸다. 표대결은 30여분 만에 싱겁게 끝났다. 신 전 부회장이 제안한 현 경영진의 해임안 등 안건이 과반수 이상의 의결로 모두 부결된 것. 즉, 신동빈 회장의 압승으로 끝났다.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끝난 셈이다.

     

    절치부심하며 이번 임시주총을 준비한 신 전 부회장은 여러 측면에서 타격이 크다. 신 전 부회장은 경영진에 의한 부당한 압력으로 종업원지주회 의결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결과에 불복하며, 오는 6월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같은 안건을 상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또 다시 동생인 신동빈 회장의 발목을 잡으려는 모양새다.

     

    돌아보면 지난 9개월 동안 계속된 경영권 분쟁에서 신 전 부회장은 단 한 번도 개운하게 승리한 적이 없다. 특히 이번 임시주총에서 신 전 부회장은 회심의 카드를 꺼냈다. 주총이 열리기 약 보름 전인 지난달 19일, 신 전 부회장과 측근인 민유성 SDJ코퍼레이션 고문은 일본과 한국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었다. 종업원지주회 지분을 모든 종업원과 나누고 일본롯데홀딩스를 상장한 후에 약 25억원 가치의 자산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너무나도 파격적인 유혹이다. 이른바 25억원 회유책은 '신동빈 對 신동주' 싸움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종업원지주회를 회유하기 위해 던진 비장의 카드였다. 하지만 이번 주총 결과가 말해주듯 비장의 카드는 통하지 않았다.

     

    종업원지주회는 왜 신 전 부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25억원 회유책은 설득의 핵심을 놓쳤을뿐더러 설득의 방법도 틀렸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종업원지주회 회원들은 롯데에서 10년 이상 일해온 과장급 이상이다. 회사의 주인으로서 애사심을 갖고 롯데를 키워온 주역들이란 얘기다. 신 전 부회장의 25억원 회유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실현가능성 유무를 떠나 이들의 진심을 돈으로 사려고 한 자체도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장단은 물론 노조까지 나서 신동빈 회장에 대해 지지 선언을 한 것을 보면 형제간 극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주주와 이사회가 신동빈 회장에게 이미 장악당했고,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의 압력과 방해로 이번 주총에서 패배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주주와 이사회 구성원들은 롯데그룹을 염려하고 있을 것이다. 그룹 오너의 눈치를 보며 지분 배당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니다. 앞으로도 롯데그룹이 지속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그들의 진짜 역할이다.

     

    경영권 탈환에 매몰된 신 전 부회장보다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호텔롯데의 상장을 통해 새로운 롯데를 만들려는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신 전 부회장은 돈으로 종업원지주회를 매수하려고 하지말고 경영자로서 경영능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비전을 제시했어야 했다. 그렇지 못한 것이 패착으로 분석된다.

     

    또 신 전 부회장의 참모 역할을 하고 있는 민유성 등 주요 인물들의 패착도 이번 패배의 큰 원인 중 하나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SNS에 공개하고 영상과 녹취를 마구잡이로 언론에 공개하는 행위들로 그들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결과적으론 자신들의 마지막 보루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흥미거리로 전략시켜버렸다. 롯데그룹의 창업정신과 기업가치 및 이미지를 스스로 훼손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명분도 실익도 없는 상황이다. 신 전 부회장은 패배를 깨끗하게 인정해야 한다. 롯데가의 장남으로서 병약한 아버지와 롯데그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를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