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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4일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시장을 두고 증권사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는 수익률과 직결되고, 또 고객들로부터 얼마의 수수료를 책정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깊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SA 시장에 뛰어드는 증권사들은 조만간 금융당국에 모델포트폴리오 및 예상 수익률을 공개하는 한편 확정된 수수료도 신고한다. 당국에 이 부분들을 신고하게 되면 투자자들도 회사별 기대 수익률과 수수료 인지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초반 시장선점 경쟁이 시작되는 셈이다.
ISA제도가 14일 시작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주 혹은 늦어도 내주에는 이같은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특히 기대수익률의 경우 특정 증권사가 획기적인 포트폴리오를 개발해 수익을 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실제로 한개 분기 이상은 운용이 돼야 증권사별 우열을 가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수수료는 가입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초반 시장 선점에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온라인 특화 증권사인 키움증권의 경우 일찌감치 '업계 최저 ISA 수수료'를 내걸며 경쟁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키움증권 역시 구체적인 수수료 수준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타 증권사들이 수수료를 제시하지 않은 상태로, 결국 업계 최저 수수료를 책정하기 위해서는 회사별 수수료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업계는 ISA(일임형 기준) 수수료가 현재 증권사의 일임형 랩어카운트의 수수료 수준인 연 1.5~2.5%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각 사별로 0.1%p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임형 상품의 경우 연 수익률이 6% 안팎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0.1%p의 수수료 차이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수수료 책정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며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5년 동안 자금 인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그만큼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최대한 금융사들의 과열 및 출혈경쟁을 자제시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 부분이 변수가 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기대 수익률은 물론 수수료 책정은 자율경쟁이 기본이지만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낮추면 오히려 당국이나 타사의 견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대형사의 경우 업계의 위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낮은 수수료를 책정해 초반 시장선점에서 우위를 보이더라도 일정 기간 이후 운용 성적이 나오게 되면 결국 더 좋은 금융상품을 제안하는 회사로 계좌 이동이 잇따라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본격적인 경쟁은 ISA 제도 시행 이후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에 리스크 분산도 중요하고 고수익 추구 등 전략도 중요한데 초반 성패를 좌우하는 고객 유치도 중요하다"면서도 "다만 일임형의 경우 한 분기 정도가 지나면 줄줄이 비교자료가 나올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 따라 고객들의 대 이동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하며 제도 시행 이후 입소문 마케팅도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이에 따라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순 수수료 외에도 운용 전략과 함께 RP(환매조건부채권) 특판 등 연계혜택을 고려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증권업계는 14일 유치전쟁을 시작으로 성과에 따라 고객을 뺏고 빼앗기는 끝없는 전쟁이 펼쳐지는 상황으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