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입지·분양성 부족해 대출 거부건설업계 "금융비용 증가해 사업성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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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전경.ⓒ뉴데일리


    "사업지가 금융권에서 규제당하고 있다는 소문이라도 나봐요. 분양이 잘되겠어요? 소비자들이 해당 사업지에 어떤 하자가 있다고 생각해 계약을 망설일 것은 당연한 거죠." <A건설 관계자>

    최근 건설사들이 금융권의 집단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애를 먹고 있다. 특히 분양사업을 진행할 때 금융권에서 대출 규제받는 사업지로 낙인찍힐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도 연출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국토교통부·금융감독원은 '최근 주택금융 동향 관련 현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주택건설업계가 제기하는 집단대출의 어려움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다.

    이날 참석한 금융권 관계자들은 집단대출에 별도의 규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집단대출 거절은 여신규제가 아닌 사업타당성이 부족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제1금융권 관계자는 "해당 사업지의 입지와 분양성을 판단하고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며 "규제라기보다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설명대로라면 집단대출 거부는 해당 사업지의 분양성이 양호하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권이 해당 사업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즉 계약을 앞둔 수요자로선 불안감이 가중될 수 있다.

    A건설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대출규제를 받는 단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을 것"이라며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다면 이자율이 높아져 계약자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B건설 관계자도 "집단대출 규제를 받는다는 건설사로 소문이 날까 봐 쉬쉬하는 분위기"라며 "추후 사업을 진행할때 불똥이 튈 수 있어 은행권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분양사업에서 건설사들은 계약 시기에 집단대출 은행과 이자율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계약자들은 추후 자신이 부담해야 할 이자금액과 은행을 파악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계약 시 자신의 중도금 대출 은행과 이자율을 확인할 수 없다. 계약자들은 1차 중도금을 시기가 가까워져서야 알게 된다.

    A건설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중도금 1차 납입기간이 다가오면 급해지기 마련"이라며 "결국 1금융권의 요구조건을 수용하거나 2금융권과 집단대출 계약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소건설사들의 집단대출 심사는 더욱 까다로워졌다. 금융권은 대형건설사의 신용만으로도 대출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중소건설사의 기준 잣대는 더욱 엄격해진 분위기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금융권에선 사업성보다 대형건설사의 신용만으로 대출해주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중소건설사는 은행권의 요구조건이 많아 대출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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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은행권에선 대형건설사와 중소건설사의 심사기준이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제2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심사 기준에 적합하면 집단대출이 가능하다"며 "단순히 건설사의 이름만으로 대출 여부를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부인했다.

    현재 은행들은 지난 2년간 집단대출 규모가 증가하면서 자발적으로 자제하고 있다는 주장했다. 즉 직접적인 집단대출 규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8일 간부회의에서 "금융당국은 집단대출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규제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건설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과거보다 요구사항이 까다로워진 데다가 이자율이 높아져 사업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반분양이 적은 재건축·재개발 사업도 금융권에서 집단대출을 거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은행권의 직접적인 집단대출 규제라는 의견이다.

    A건설 관계자는 "1∼2년 전 만에도 대출 은행을 고를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서 "지금은 상황이 반대가 돼 사업 준비과정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금융권의 우려와는 달리 가계부채의 수준은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어 과도한 규제는 철회돼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 집단대출의 연체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해 1월 집단대출 연체율을 0.76%를 나타냈다. 그러나 같은해 12월 연체율은 0.45%로 감소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불안한 경제여건에서 국내 부동산이 갖는 역할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금융권들도 거시적인 시각을 갖고 집단대출을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