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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의 예상 밖 흥행으로 자금난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1조원 이상의 매각대금이 들어오면 현대상선의 부채 상환으로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특히 리스크 해소라는 측면에서 부수적인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사채권자 및 선주들과의 협상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마지막 관문인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만 원활히 마무리되면 현대그룹은 경영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1조원 이상을 써낸 KB금융지주가 선정되면서, 현대그룹의 자금난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차 매각 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오릭스는 6475억을 제시했었다. 당시보다 3500억원 이상 응찰금액이 올라간 것이다. 이로 인해 현대그룹은 기대 이상의 매각대금을 확보하게 됐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불확실했던 현대증권 매각이 높은 가격을 써낸 KB금융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리스크 해소와 자금 유입이라는 효과를 얻게 됐다”며 “사채권자 및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대증권의 흥행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호재다.
우선 현대증권 매각에 대한 리스크가 해소됐다. 지난해 매각이 무산됐던 전력이 있어 시장에서는 여전히 불확실한 요인으로 여겼다. 하지만 50% 이상 증가한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현대증권의 브랜드 파워를 실감케 했다. 현대증권이 애물단지가 아닌 효자라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이는 현대그룹 전체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또 자금 유입으로 인한 직접적인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이미 KB금융지주를 비롯한 입찰 참여자들은 입찰보증금 300억원을 납부했다. 향후 본계약이 체결되면 추가로 700억원을 이행보증금으로 납부하게 된다. 최종 가격협상과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면 잔금 9000억원이 입금된다. 물론 이 시기는 하반기쯤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재무구조 개선에 큰 힘이 될 수 밖에 없다.
현대증권 흥행은 사채권자 및 선주들의 설득과 이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지난달 17일 4월 만기 1200억원 공모채 연장이 부결된 바 있다. 이에 현대상선은 모든 공모채를 대상으로 출자전환 등 다양한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사채권자 집회를 조만간 개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고통분담 차원에서 사채권자를 설득하는 한편,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선주들과의 용선료 인하 협상에도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2조원에 이르는 용선료는 현대상선의 가장 큰 리스크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용선료를 낮춰달라고 선주들을 설득하고 있다. 개별적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다소 지연되고 있지만, 이르면 4월 내로 구체적인 성과가 가시화될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용선료 협상이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이미 현대상선은 채권단과 1조2000억원 규모의 부채에 대해 3개월간 원금 상환과 이자 지급을 미루는 조건부 자율협약도 체결했다.
한편, 최근 현대그룹은 대법원의 현대건설 인수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현대건설 인수 당시 이행보증금으로 납부했던 2755억원 가운데 2066억원 돌려받는 것을 확정한 것이다. 대법원 판결이 뒤집혔을 경우 돌려받은 금액을 다시 반환할 수도 있었지만, 반전 없이 무사히 마무리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