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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진했던 신흥국 경기가 1년여 만에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을 비롯해 신흥국 제조업 경기 지표가 지난달 줄줄이 호전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개선이 추세적 반등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반짝 호조'에 그칠지를 놓고는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시장정보업체 마킷에 따르면 신흥시장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올해 3월 50.1을 나타내 13개월 만에 기준선인 50을 넘겼다.
이는 지난해 2월 51.1을 나타낸 이래 처음으로 제조업계의 체감 경기가 미약하나마 확장세로 돌아섰음을 의미한다.
PMI는 기업의 구매담당 관리자가 매달 생산, 주문, 재고, 고용, 가격 등의 질문에 답한 내용을 바탕으로 업계에서 느끼는 체감 경기를 추산한 것이다. 통상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 웃돌면 경기 확장을 뜻한다.
신흥시장 제조업 PMI는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계속 50을 넘겼지만, 지난해 3월 경기가 확장도 위축도 하지 않음을 뜻하는 50.0을 가리킨 이후로는 줄곧 기준선을 밑돌았다.
지난해 4월에는 49.5로 내려앉았고 같은 해 9월에는 48.3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신흥시장 제조업이 흔들리면서 글로벌 경제 전망도 함께 어두워졌다.
일각에서는 기존의 신흥국 대표주자를 일컬었던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를 두고 "브릭스는 죽었다"는 극단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이 경기 경착륙 우려를 딛고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면서 상황이 반전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3월 제조업 PMI는 50.2로 8개월 만에 기준선을 넘겼다. 차이신(財新) 제조업 PMI는 49.7로 기준선에는 못 미쳤지만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시아권 다른 신흥국의 회복세도 두드러졌다.
마킷의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지난달 제조업 PMI는 일제히 전월보다 개선된 흐름을 나타낸 것이다.
대만이 2월 49.4에서 3월 51.1로, 베트남이 같은 시기에 50.3에서 50.7로, 인도네시아가 48.7에서 50.6, 인도가 51.1에서 52.4로 각각 상승했다.
한국의 제조업 PMI도 2월 48.7에서 지난달 49.5로 올랐다. 그러나 아직 기준선에 못 미쳤을뿐더러 PMI 지수 상승을 명확한 개선 신호로 풀이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한국 제조업 PMI가 올랐으나 계절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며 분명한 개선의 기류를 보기는 어렵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신흥국을 제외하고는 세계 1위 경제 대국인 미국의 구매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가 3월 51.8로 올라 6개월 만에 처음으로 확장세를 보였다.
유럽연합은 지난달 51.6을 나타내면서 전월보다 나아졌지만 그간 추세상으로는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오히려 2월 50.1에서 지난달 49.1로 주저앉으면서 지난해 4월 이래 처음으로 50 아래로 내려갔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세계 제조업 경기가 중립적인 상황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