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률 오히려 높아졌다?…집계 방식 변경 따른 억울한 '누명'마포대교 이어 한강대교 '생명의 다리' 프로젝트 철수 위기
  • ▲ 한강대교. ⓒ최종희 기자.
    ▲ 한강대교. ⓒ최종희 기자.


    14일 밤, 서울 용산구와 동작구를 잇는 한강대교 위를 걸어봤다. 발걸음에 맞춰 난간에서 불이 켜졌다.

    불빛을 들여다봤더니 '엄마가 보고 있다' '속상해 하지마'와 같은 수십여개의 문구가 차례로 선명하게 나타났다.

    서울시와 삼성생명이 지난 2012년 손잡고 만든 '자살 예방' 구조물이다. 자동 감지센서를 부착해 사람이 다가오면 불이 들어오도록 설계했다.

    전기세를 포함한 해마다 발생하는 운영비 1억5000만원은 삼성생명이 부담한다.

    이른바 '생명의 다리'로 불리는 이번 사업에 대한 초반 반응은 뜨거웠다.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진정성 넘치는 문구들 덕에 칸 광고제를 비롯한 유수 광고제에서 상을 37개나 받을 정도였다.

    숨은 주역은 제일기획이었다. 당초 서울시와 삼성생명조차 이 같은 아이디어에 반대 목소리를 냈었지만, 제일기획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성과를 끌어냈다.

    한강대교를 오가는 일반시민들도 밋밋한 길을 이색적인 공간으로 바꾼 새로운 시도에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 사업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좀처럼 줄지 않는 자살률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심지어 사업 본래의 목적과 반대되게 오히려 자살률이 높아졌다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이에 따라 한강대교와 함께 사업이 진행됐었던 마포대교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불이 꺼졌다. 한강대교도 올해가 지나면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생명은 올 연말 서울시와 협의해 사업 존폐를 결정할 방침이다. 여론의 따가운 시선이 사업 추진 동력을 잃게 한 셈이다.

    그러나 서울시와 민간 대기업이 하나로 뭉쳐 자살 예방이라는 대의를 달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 사업을 두고 '자살률이 되레 늘었다'는 식으로 매도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다양한 사회적 변수가 뒤따르는 문제를 두고 자살률이라는 하나의 잣대만으로 사업 성과를 가늠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한강대교 난간에 걸린 문구는 모두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짜낸 생각들이다. 결국 맹목적인 비판은 시민을 자살 방조자 또는 교사자로 내모는 꼴과 같다.

    서울시와 삼성생명도 아직 공식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억울하다는 분위기다.

    시 관계자는 "수많은 사람이 선의를 갖고 노력해 왔고, 긍정적인 효과도 많이 거뒀는데 일부 부정적인 숫자에 모두 묻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일반에 공개된 자살률 자료의 경우 과거에는 투신자 숫자로만 계산했지만 지금은 자살 신고자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높아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