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용선료 협상 속도 내겠다" 산업은행 "구조조정 역할 축소 안될 것"

  • ▲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지난 13일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을 직접 챙길 것이라며 그 대상으로 현대상선을 언급했다. ⓒ 뉴시스
    ▲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지난 13일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을 직접 챙길 것이라며 그 대상으로 현대상선을 언급했다. ⓒ 뉴시스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을 직접 챙기기로 선언한 지 하루 만에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제일 걱정되는 회사가 현대상선이다" 라는 발언 이후 첫 거래일인 19일 오후 현대상선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7% 빠진 1915원에 거래중이다.

    지금껏 기업구조조정 업무는 채권단이자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 도맡아 했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구조조정본부를 구조조정부문으로 격상하는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한계기업에 대한 선제적, 체계적인 관리와 신속한 구조조정 등이 목표였다.

    산업은행의 조직개편이 불과 넉달도 채 지나지 않아 정부가 구조조정 전면에 나서면서 산업은행과 현대상선 모두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정부가 실질적으로 구조조정 역할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곤 하지만 그래도 정부는 정부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승리했더라면 한국은행의 발권력으로 산은의 기업구조조정 역할이 더욱 커질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을 지우기 어렵다. 총선이 끝나기 무섭게 정부의 구조조정 역할을 강화하고 나선 데 대한 불편함도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금 받고 있는 느낌은 정부가 진행사항을 챙기겠다는 것이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무엇을 주도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역할이 축소되거나 하진 않을 것"이라 덧붙였다.

    실제 정책당국이 채권단을 통한 압박 외에 구조조정을 지휘할 실질적인 정책적 수단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돈을 빌려준 채권단과 돈을 갚아야 하는 기업 간의 거래에서 정부는 어느 이해당사자 쪽에도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특정 산업의 생사를 움직일 수 있다. 채권단을 통한 금융지원 뿐만 아니라 해운업, 조선업과 같은 업종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이 가능하기 떄문이다. 

    정부의 기업구조조정 1순위로 지목된 현대상선이 느끼는 압박은 말로 다하기 어렵다.

    현대상선은 애초 4월 말 용선료 협상, 6월 채무조정을 마무리 하고 7월부터 경영정상화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용선료 협상이 틀어질 땐 채권단과의 자율협상이 물거품 되는 것은 물론 법정관리도 각오해야 한다.

    현대상선 역시 정부의 구조조정 발언이 보름 밖에 남지 않은 협상기간을 잊지 말라는 압박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유럽의 각 선사와 맺은 용선료 계약이 각기 다른데 일일이 협상 내용을 공개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용선료 협상에 차질이 있는 뉘앙스를 전달하면서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용선료 협상이 잘 되고 있다, 안되고 있다 이렇게 말할 수 없다. 긴밀하게 협상이 진행 중인 현 단계에서는 가시적인 결과를 낼 수 없다"면서 "중간에 발표를 낼 경우, 다른 협상에 안좋은 결과를 낼 수 있어 4월말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