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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일가가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기로 한 한진해운 주식을 사전에 모두 처분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과거의 유사 사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회장과 두 딸은 지난 6일부터 20일까지 보유하고 있던 한진해운 주식 31억 원어치를 시장에서 매각했다.
자율협약 신청을 결정한 22일을 전후해 한진해운 주가는 폭락세를 보여 최 회장 일가는 결과적으로 10억원가량의 손실을 피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제1호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구조조정의 수술대에 오르는 상황에서 회사 경영을 책임졌던 오너 기업인이 보여준 이 같은 행태는 위법성 여부를 떠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이전에도 망해 가는 회사의 경영진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는 데만 급급한 행태를 보여 공분을 산 사례가 있었다.
작년 12월 2심에서 배임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2012년 그룹 지주사인 웅진홀딩스의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앞두고 부인 명의로 된 자회사(웅진싱크빅) 주식 4만4000여주를 전량 처분해 1억2800만원의 손실을 회피한 사실이 드러나 지탄을 받았다.
또 홍준기 웅진코웨이 대표는 당시 자신의 누나에게 웅진코웨이 주식을 팔도록 사전에 귀띔해 준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2013년에는 동양그룹 계열사 일부 대표들이 ㈜동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직전 보유 지분을 팔아치운 사실이 드러났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상 임직원과 주요 주주 등은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가 금지되는 '내부자'에 해당한다.
계열분리가 이뤄지거나 퇴임해도 관계자는 1년간 내부자로 간주된다.
법 위반시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지거나 그 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의 3배까지 벌금을 물게 된다.
2014년 4월 한진해운 경영에서 손을 뗀 최 회장은 작년 5월 한진그룹에서 계열분리를 완료한 유수홀딩스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가 한진해운의 내부자에 해당하는지를 정확히 판단하려면 좀 더 면밀한 법률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작년 7월 새로 시행된 자본시장법은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제재 수단을 한층 강화했다.
꼭 내부자가 아니더라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매한 2·3차 정보 수령자에 대해서도 과징금 부과 등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어떤 경우에도 조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과징금은 최대 5억원까지 부과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반 투자자가 알 수 없는 내부 정보를 입수해 손실을 피하려고 주식을 팔았다면 거래의 정보 비대칭성이 성립해 기업 내부자는 물론 2·3차 정보 수령자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