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부회장 삼성전자-디스플레이 '겸직' 왜?

삼성이 파격적인 변화를 선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권오현 부회장에게 디스플레이 사업까지 맡긴 것이다.

이에 따라 권 부회장은 부품사업 양대산맥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모두를 진두지휘하게 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 반도체의 1등 DNA를 계열사에 심기 위한 신호탄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9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를 삼성디스플레이 대표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 DS(부품) 부문장과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직을 겸직한다.

이번 인사는 삼성전자가 가진 반도체 1등 DNA를 삼성디스플레이에 전수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은 해마다 삼성전자 임원이나 사장단을 계열사에 전진 배치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일례로 홍원표 사장도 지난해 12월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에서 삼성SDS로 자리를 옮겼다. 조인수 부사장도 같은 시기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서 삼성디스플레이로 이동했다.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 역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와 LCD사업부에서 근무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이유만으로 이 같은 메가톤급 인사를 단행했을 확률은 높지 않다. 전장사업을 키우기 위한 선제적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 부회장은 현재 삼성이 미래 자율주행차 사업을 위해 시동을 건 자동차 전장사업팀을 관장하고 있다.

자동차 전장이란 차량에 들어가는 전기·전자·IT 장치를 모두 아우르는 말이다. 텔레매틱스와 CID(중앙정보처리장치), HUD(헤드업디스플레이), 차량용 반도체 등 사용되는 부품 숫자가 무궁무진하다.

그런 만큼 권 부회장이 키를 쥐고 도맡아 큰 그림을 그릴 때 사업이 한 방향으로 순항할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부품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 증대도 기대된다.

삼성은 과거에 이미 달콤한 경험을 맛본 바 있다. 지난 2006년 설립한 '디지털TV 일류화 위원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반도체 인력이 대거 TV 사업부로 투입돼, 삼성전자 TV가 10년 연속 세계 판매 1위라는 대기록을 쓰는데 밀알과 같은 역할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삼성전자의 세계 1등 사업·기술 노하우를 계열사에 전파하고 있다"며 "권 부회장 역시 디스플레이 분야 경험이 많기 때문에 부품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내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