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비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비현실적 상한선' 자영업자, 유통 및 농축산업계, 골프장 등 직격탄 불가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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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에 맞지 않는 김영란법 등장에 재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부의 경제활성화 취지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가뜩이나 침체된 내수시장이 더 꽁꽁 얼어붙을 것이란 관측이다. 기업 역시 정부를 상대로 하는 대관 업무 등에서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고, 만남 자체에 거부감이 생기면서 정부와 기업간 소통에 차질도 우려된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지난 9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시행령을 입법예고함에 따라 경제활성화 및 기업 경영활동 위축이 우려되고 있다.

     

    재계는 일단 최종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부정적인 영향이 많을 것 같다는 입장이다.

     

    우선 경제활성화에 역행하는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다.

     

    A대기업 관계자는 “김영란법은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에 역행하는 법안이다”라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시내의 식당 주인중 절반 이상이 시위를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자영업자들의 생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골프장도 주말에는 절반 이상이 법인카드를 이용하는 사람들일텐데, 골프장도 줄줄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며 “상한선이 있다는 것도 문제고, 그 상한선이 비현실적으로 낮게 책정된 것은 더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김영란법의 핵심 골자는 공무원, 사립대학 교수, 언론인 등이 제3자에게 고액 금품(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 초과)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과 사교·의례·부조 등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선물·경조사비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금액 내에서 허용하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그 예외가 식비는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고급 식당(일식, 한정식 등)에서는 사실상 식사가 어려워진다. 선물 역시 명절에 관행처럼 해오던 한우, 과일 등의 선물세트는 못하게 된다. 골프장은 말할 것도 없다.

     

    B대기업 관계자는 “상한선이 너무나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입법과정에서 상한선을 올려야 할 것 같다”며 “상한선이 조정되더라도 법적인 의미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들의 움직임이 크게 제한될 것이라는 얘기다.

     

    C대기업 관계자는 “이미 대통령도 김영란법의 부정적 기능에 대해 우려하기도 했듯이 현재 법안대로 통과되면 내수 위축 등 여러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며 “의견 수렴 및 최종 입법 과정에서 시행령이 수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각 기업들이 처한 환경이 다르지만, 대부분은 김영란법 취지에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D대기업 관계자는 “현행대로 법이 통과되면 그에 맞게 대안이나 대책을 수립해서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악법도 법이다' 라는 입장이다. 

     

    E대기업 관계자는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사안인 것은 분명하다”며 “불투명하고 부조리했던 부분을 투명하게 바꾸자는 취지에는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기회를 계기로 기존의 관행들을 점검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처벌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직무 관련인지, 개인적인 친분인지 따지기 애매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