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규모 줄이는 대신 속도감 있게 행복주택 공급고양시, 젊은층 유입하고 마지막 노른자위 땅 개발
  • ▲ 고양장항지구 사업 조감도.ⓒ국토부
    ▲ 고양장항지구 사업 조감도.ⓒ국토부

    경기 일산 호수공원 바로 옆에 미니 신도시급 행복주택 타운이 들어서게 된 데는 국토교통부와 고양시의 이해관계가 절충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행복주택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행복타운 규모를 애초 구상했던 1만 가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대신 인허가권을 손에 쥐었다. 도시 나이로 불혹을 내다보는 고양시는 젊은층 유입을 위한 청년 스마트타운 조성이 간절하던 차에 자족시설용지 비율을 입맛에 맞게 조정하고 대신 지역의 마지막 노른자 땅 개발에 합의했다.

    11일 국토부와 고양시에 따르면 경기 고양시 장항동 일원 145만여㎡에 조성되는 공공주택지구에 역대 최대 규모인 5500가구 행복주택을 공급하기로 양 기관이 양해각서를 맺었다.

    대상부지는 지하철 3호선(마두역·정발산역), 수도권광역급행철도 A노선, 자유로 킨텍스·장항나들목 등이 가까이 있거나 들어설 계획으로 교통이 편리하다. 주변에 킨텍스가 있고 한류문화콘텐츠 복합단지(K-컬처밸리)도 들어설 계획이다.

    국토부와 고양시는 이곳에 신혼부부(2000가구)·사회초년생(2000가구) 특화단지는 물론 청년지식산업센터 등 청년층 일자리 창출공간을 함께 조성할 방침이다.

    협의가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국토부와 고양시가 이해관계를 절충하는 데는 1년 6개월이 걸렸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지구는 대지의 37%가 기획재정부 소유고 공유지를 포함하면 42%가 국공유지여서 공공주택을 저렴하게 임대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며 "2014년 12월 행복주택사업을 (고양시에) 처음 제안했지만, 알짜배기 땅이어서 협의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애초 고양장항지구에 총 1만여 가구의 대규모 행복타운을 조성한다는 구상이었다.

    고양시는 처지가 달랐다. 공공임대주택 공급도 필요했다. 하지만 젊은층 인구 유입에 더 목말라 있었다.

    고양시는 도시 평균나이가 지난달 현재 38.8세다. 불혹의 초입에 들어섰다. 인근의 부천과 성남시는 각각 39.1세, 39.2세다. 반면 수원은 37세, 용인은 37.4세, 화성시는 35.4세다. 특히 수원과 용인은 택지개발을 통해 젊은층을 유입하면서 도시 활력을 찾은 사례다.

    고양시 입장에서 행복주택은 공급물량의 80%를 신혼부부와 사회초년생 등에게 우선하여 공급하므로 구미는 당겼다. 다만 주택공급 만으로는 20·30세대 유입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

    고양시는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통한 행복타운 조성에 합의하는 조건으로 자족시설용지 비율을 15.2%(22만여㎡)로 기존보다 2배 이상 확보했다. 기존 수도권 공공주택지구의 평균 비율은 7% 안팎이었다.

    고양시는 자족시설용지에 킨텍스, 한류월드, K-컬처밸리 등과 연계해 방송·문화산업 육성을 위한 청년지식산업센터, 청년창업지원센터, 청년문화예술인 창작스튜디오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자족시설 인근에는 유관산업 협력업체를 위한 업무·복합시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는 연도형 상가시설을 각각 배치한다. 아울러 일산 호수공원 인근에는 재외동포타운을 조성하고 중장기적으로 국제기구, 국제경제인단체 등을 유치해 국제문화도시로 발전시켜나간다는 구상이다.

    국토부는 애초 생각했던 행복주택 규모가 반 토막 났지만, 5500가구로 역대 최대 규모 수준인 데다 인허가권을 손에 쥐었다. 고양장항지구는 미니신도시급인 만큼 택지개발촉진법으로도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가능하다. 이 경우 인허가권은 시도지사에게 있다.

    반면 국토부가 인허가 주도권을 쥐는 공공주택지구 지정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접근법이다. 대부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추진한다. 고양장항지구에는 그린벨트가 포함되지도 않았다.

    대선 공약인 행복주택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는 국토부로선 공급량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신속한 사업추진을 택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토부는 연내 지구지정을 마치고 내년 사업승인, 2018년 착공을 거쳐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행복주택을 준공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