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ARWU 학문분야평가'서 수자원공학 국내 1위라고 밝혀세계순위 151-200위로 고려대와 공동1위지만, 단독1위처럼 홍보컴퓨터공학, AI 등 다른 지표도 마찬가지 … 지난해도 공동순위 쏙 빼왜곡된 정보로 홍보 효과만 극대화하면 된다는 잘못된 관행불투명한 정보는 불신만 초래 … 평가기관의 모호한 산출방식도 한몫
  • ▲ ⓒ세종대
    ▲ ⓒ세종대
    세종대학교가 객관적이어야 할 세계 대학 평가 순위를 두고 입맛에 따라 이현령비현령식으로 해석하면서 일부 순위를 왜곡, 호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배경에는 평가기관의 하위권 순위 발표가 모호한 구조적 한계도 있다. 하지만 대학 측에서 학교 홍보를 위해 이를 악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세종대는 지난 8일 보도자료를 내고 중국 상해교통대학 고등교육원이 발표한 '2025 ARWU(Academic Ranking of World Universities·세계 대학 학술 순위) 학문분야평가'에서 수자원공학 분야 국내 1위, 호텔관광학은 세계 18위(국내 2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잠시 짚고 가자면, ARWU는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와 타임스고등교육(THE: Times Higher Education)이 발표하는 세계대학평가와 더불어 통상 3대 대학 평가로 꼽힌다. 2009년부터 상해교통대가 아니라 중국 상하이랭킹 컨설턴시(ShanghaiRanking Consultancy)가 순위를 발표하며, 세종대가 밝힌 ARWU 학문분야평가는 ARWU의 세부 평가항목 중 하나가 아니라 독립적으로 설계돼 발표되는 별도의 랭킹 'GRAS(Global Ranking of Academic Subjects·세계 학문 분야별 순위)를 말한다.

    GRAS는 과학인용 정보망(Web of Science) 기반의 객관적 지표를 활용해 전 세계 대학의 학문 성과를 측정한다. 최상위 저널 논문과 국제학술상 등 연구의 질적 수준을 반영하는 WO(World Class Output·세계수준 연구성과), 국제적 석학 비중을 보여주는 WF(World Class Faculty·세계수준 교수진) 지표가 도입되면서 연구의 질과 글로벌 경쟁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일부 평가 지표가 ARWU와 겹칠 수 있지만, 평가범위와 데이터 처리 방식, 순위산출 방식이 다르다.
  • ▲ 세종대 학분분야별 세계 순위.ⓒ상하이랭킹
    ▲ 세종대 학분분야별 세계 순위.ⓒ상하이랭킹
    세종대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공학, 자연과학 분야 전반에 걸쳐 고른 성과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분야별 세계 순위를 살펴보면 △호텔관광학 18위 △토목공학 101-150위 △컴퓨터공학 101-150위 △수자원공학 151-200위 △인공지능 151-200위 △원격탐사 151-200위 △계기공학 151-200위 △금속공학 151-200위 △통신공학 151-200위 △에너지공학 151-200위 △수학 201-300위 △물리학 201-300위 △화학공학 201-300위 △환경공학 201-300위 △경영학 301-400위 △기계공학 301-400위 △전기전자공학 301-400위 △재료공학 301-400위 △나노공학 301-400위 등이다.

    GRAS는 국가별 순위를 공표하지 않지만, 홈페이지에서 검색 편의를 위해 국가·지역을 구분할 수 있는 필터 기능을 제공한다. 세종대는 이를 토대로 자체분석한 결과, 국내 대학 중 △수자원공학 1위 △호텔관광학 2위 △컴퓨터공학 2위 △원격탐사 2위 △통신공학 4위 △수학 4위 △토목공학 5위 △환경공학 5위 △물리학 5위 △경영학 5위 △인공지능(AI) 6위 △계기공학 7위 △금속공학 7위 △전기전자공학 8위 △기계공학 9위 △에너지공학 9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세종대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와 비교해 살펴보면, 수자원공학 분야는 지난해 국내 2위에서 1계단 상승해 국내 1위로 올라섰다. Q1급 저널 논문수, 국제 피인용도, 국제공동연구 비율 등 핵심 연구지표 전반에서 고르게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는 게 세종대 설명이다.

    국내 2위 컴퓨터공학 분야는 지난해 세계 201-300위에서 올해 101-150위로 상승했다. 연구 저널의 질적 수준 향상과 WO 지표 개선이 순위 상승을 주도했다고 세종대는 분석했다. 올해 처음 도입된 AI 분야는 국내 6위에 올랐다. 원격탐사는 국내 2위로 새로 순위에 진입했다.

    세종대는 기존 강세 분야에서도 높은 순위를 유지했다. 호텔관광학은 세계 18위로, 국내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세계 순위는 7단계(11→18위), 국내 순위는 1단계(1→2위) 각각 내려앉았다.

    토목공학 분야는 세계 101-150위, 국내 5위로 나타났다. 국제협력(IC) 지표와 Q1급 저널 논문 성과가 안정적으로 유지된 결과로 보인다.
  • ▲ 수자원공학 국내 대학 순위 캡처.ⓒ상하이랭킹
    ▲ 수자원공학 국내 대학 순위 캡처.ⓒ상하이랭킹
    문제는 일부 순위가 왜곡돼 입시생 등에게 혼란과 오해를 줄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세종대가 국내 1위라고 강조한 수자원공학의 경우, 먼저 세계 순위를 따라가다 보면 고려대는 순서상 162위, 세종대는 174위에 각각 해당한다. 여기서 국가·지역 필터 기능을 이용해 대한민국으로 분류하면 순위 목록에는 고려대, 세종대, 경북대 순으로 결과가 나온다. 고려대와 세종대는 세계 순위가 151-200위, 경북대는 201-300위로 뜬다.

    세계 순위가 같은 고려대와 세종대를 평가항목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고려대는 WF 0.0점, WO 17.5점, HR(High Quality Research·고품질 연구) 39.1점, RI(Research Impact·연구영향) 37.1점, IC(International Collaboration·국제협력) 14.0점이다. 세종대는 WF 0.0점, WO 18.4점, HR 28.4점, RI 42.1점, IC 16.4점으로 나타났다. 항목에 따라 어느 것은 고려대가, 어느 항목은 세종대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세 대학 모두 총점은 따로 표시되지 않는다.

    세계 순위가 명확히 공표되는 1-50위 대학은 어떨까. 수자원공학 세계 대학 순위는 1위 중국 호하이대(Hohai University), 2위 중국 칭화대(Tsingua Uni.), 3위 중국 우한대(Wuhan Uni.) 등이다. 1-50위 대학은 모두 총점을 공개한다. 그리고 일부 데이터에서 반올림 오차가 존재하지만, 거의 총점이 순위와 일치한다. 총점은 각 항목을 더한 수치다. 가령, 호하이대는 총점이 280.2점이다. 이는 WF 33.1점, WO 100.0점, HR 100.0점, RI 35.0점, IC 12.1점을 더한 수치다. 24위 영국 브리스톨대(166.6점)와 25위 중국 쓰촨대(166.5점), 27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163.4점)와 28위 중국 저장대(163.3점)는 단 0.1점 차로 순위가 갈렸다. 중국 선전대와 호주 멜버른대는 총점 150.1점으로 공동 47위를 기록했다.

    고려대는 총점이 107.7점, 세종대는 105.3점이다. 총점으로 보면 세종대가 아닌 고려대가 국내 1위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세종대 측은 "(50위권 밖으로) 표시되는 대학 순서가 총점과 비슷하긴 하나, 일치하진 않는다"면서 "항목별 가중치가 적용되는 부분이 있어 정확한 값은 알 수 없다. 평가 기관에서 (어느 순위부터는) 정확한 순위와 총점을 발표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고려대와 세종대가 포함된 151-200위권에선 항목별 점수를 더한 총점과 순서(순위)가 일치하지 않고 뒤죽박죽이다. 가령, 고려대는 107.7점,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은 109.0점으로 총점은 MIT가 더 높지만, 평가기관의 홈페이지에 뜨는 순서상으론 고려대가 162위, MIT가 165위에 각각 해당한다.
  • ▲ 수자원공학 세계 대학 상위권 순위와 항목별 점수 및 총점.ⓒ상하이랭킹
    ▲ 수자원공학 세계 대학 상위권 순위와 항목별 점수 및 총점.ⓒ상하이랭킹
    그렇다면, 50위권 밖에선 특정 항목에 가중치를 부여해 순위를 매기는 걸까?

    상위권 대학 중 총점 0.1점 차로 순위가 갈렸던 뉴사우스웨일스대(163.4점, 27위)와 저장대(163.3점, 28위) 사례를 보면-구체적으로 어느 항목에서 반올림이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어렵지만-항목별 점수를 단순 합산하면 총점이 163.3점으로 같다. 항목별로 보면 RI(연구영향)와 IC(국제협력) 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뉴사우스웨일스대의 순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역시 총점 0.1점 차로 순위가 갈린 브리스톨대(24위)와 쓰촨대(25위)의 경우도 브리스톨대가 쓰촨대보다 RI와 IC 항목 점수가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이를 151-200위권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고려대와 세종대, MIT를 놓고 비교하면 세종대가 WO(세계수준 연구성과), RI, IC에서 앞서지만, 순위는 고려대가 앞서기 때문이다. 고려대와 MIT를 비교해도 MIT가 RI, IC에서 앞서고 WF(세계수준 교수진)도 고려대는 0.0점인 데 반해 MIT는 5.9점으로 큰 차이를 보이는 데도 순위는 고려대가 앞선다. 50위권 밖의 순위는 사실상 리스트 순서가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GRAS가 '1-50위'와 '51위 이하 그룹'의 산정 방식을 달리하는 데다, 하위 그룹에 대해 자세한 항목별 가중치나 내부 종합점수(Composite Score)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다.

    GRAS는 51위 이후로는 단일 순위가 아니라 51-75위, 151-200위 등 구간·범주로 대학 순위를 구분한다. 이유로는 몇 가지가 꼽힌다. 먼저 51위 이하 대학의 점수 차가 크지 않아 명확한 서열을 매기는 게 과학적이지 않다고 보는 관점이다. 가령 150-180위권 대학은 대부분 항목 합산 점수가 104~111점에 몰려 있는 가운데 미세한 점수 차이로 서열을 구분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또한 중하위권 대학은 연구 규모가 작고, 한두 명의 연구자만으로도 논문 피인용 수 등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데이터가 불안정하다고 보는 시각이다. 연구 규모가 비슷한 하위권에서 비중 있는 연구자가 이동하거나 학술상을 받으면 순위가 30~50계단씩 출렁일 수 있고, 이는 평가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 ▲ ⓒ세종대
    ▲ ⓒ세종대
    그렇다면 결론은 평가기관에서 항목별 가중치와 내부 종합점수를 공개하지 않는 한, 50위권 밖에서 같은 순위 구간으로 묶인 대학은 일종의 '공동 순위'로 보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수자원공학의 경우 국내 순위는 세계 순위가 151-200위권으로 같은 고려대와 세종대가 공동 1위, 201-300위권인 경북대가 3위가 되는 식이다. 세계 순위 50위권 밖 대학의 항목별 가중치와 총점이 비공개인 상황에서는 '공동 1위'라는 표현이 적확한 표현일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논리로 세종대는 통신공학 국내 5위라고 밝혔지만, 세계 순위가 경희대 31위, 연세대 76-100위, 고려대 101-150위, 카이스트 151-200위, 세종대 151-200위이므로 굳이 국내 순위를 매긴다면 경희대 1위, 연세대 2위, 고려대 3위, 카이스트와 세종대가 공동 4위가 되는 셈이다.

    이렇게 세종대의 학문별 국내 순위를 재정리하면 △수자원공학 2위→공동 1위(고려대) △호텔관광학 2위 △컴퓨터공학 2위→공동 2위(서울대·성균관대) △원격탐사 2위 △통신공학 5위→공동 4위(카이스트) △수학 4위 △토목공학 5위 △환경공학 5위→공동 5위(성균관대) △물리학 5위→공동 5위(경희대·포항공대·연세대) △경영학 5위→공동 6위(경희대) △AI 6위→공동 6위(성균관대) △계기공학 7위→공동 7위(인하대) △금속공학 7위→공동 7위(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 8위→공동 8위(포항공대·부산대·울산대·영남대) △기계공학 9위→공동 9위(중앙대·성균관대·영남대) △에너지공학 9위→공동 9위(동국대·경희대·부산대·영남대) 등이다.
    지난해도 사정은 비슷하다. 세종대가 자체적으로 밝힌 국내 순위 중 △수학 △물리학 △통신공학 △토목공학 등 3위 기록은 모두 단독 3위가 아닌 공동 3위에 해당한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은 세종대가 이를 알면서도 대외적으로 마치 단독 순위인 것처럼 사실을 왜곡·호도한 정황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올해 세종대가 발표한 국내 순위 중 경영학의 경우 고려대와 서울대가 공동 4위여서 세계 순위 301-400위권인 세종대는 경희대와 함께 공동 6위가 돼야 맞지만, 보도자료에는 고려대·서울대를 묶어 하나로 보고, 세종대를 단독 6위도 아닌 단독 5위로 한 단계 올려 적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세종대 관계자는 "(평가기관) 홈페이지에 세계 대학 순위가 정확히 발표된 게 아니라 151-200위처럼 구간으로 발표되기에 그걸 근거로 국내 순위를 적은 것"이라면서 "(일부 순위의 경우) 공동 국내 1위가 맞겠다. 다만 편의상 (단독) 국내 1위라고 적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물론, GRAS가 국가별 순위를 공표하지 않는 상황에서 세종대가 일일이 필터기능을 통해 국내 순위를 꼽아보다 보니 실수나 착오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올해만 그런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그것도 단지 '편의'를 위해서 공동 순위를 왜곡·호도하는 것은 홍보 관행이라고 치부하기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인다. 덕분에 세종대를 믿고 보도자료를 그대로 기사화한 언론들은 오보를 낸 셈이 됐다.

    대학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학 관련 각종 순위는 학생 모집과 기금 유치, 국제 협력 등에 있어 중요한 평가 지표가 된다. 관련 정보를 소비하는 주체들이 오해 없이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대학이 좀 더 투명하게 임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