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 시티타워-매립지 폐기물 문제는 여전히 난제
  • ▲ 인천경제청 청라국제도시 소개 화면. ⓒ 화면 캡처
    ▲ 인천경제청 청라국제도시 소개 화면. ⓒ 화면 캡처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국제도시에서 분양중인 주택 및 상가에 대한 분양이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지고 교통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이 지역을 바라보는 부동산시장의 눈길이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불과 4년 전만해도 인천지법 파산부에 접수되는 개인회생사건 신청자의 90%가 청라국제도시 입주민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이곳의 미래는 비관적이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사업 초기, 청라국제도시 내 주택단지는 이웃해 있는 송도를 모델로 삼아 중대형 평형 위주로 조성됐지만 극심한 부동산 시장 침체와 내수시장 부진이 겹치면서 아파트 매매가는 바닥을 쳤다.

아파트를 팔아도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깡통아파트가 속출하면서, 도시 조성 초기 투자 목적으로 이곳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개인파산의 위기에 내몰렸다.

분양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대형 유통사들도 쇼핑몰을 비롯한 편의시설 입주를 뒤로 미뤘다. 심지어 초중고등학교 신설도 지연되면서 청라국제도시를 둘러싼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2013년을 기점으로 교통여건이 개선되고, 소형 평형 위주의 아파트 공급물량이 늘어나면서, 지역 부동산시장은 공멸의 위기에서 극적으로 벗어났다.

분양시장에 숨통이 트이면서 대형 쇼핑몰 등 편의시설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주변 여건이 몰라보게 호전되면서 청라국제도시는 송도국제도시와 함께 자족기능을 갖춘 ‘국제도시’의 위상을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인 시티타워 건설이 사업자를 찾지 못해 표류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동산시장을 언제든 악화시킬 수 있는 뇌관이다.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 중인 첨단산업지구 조성 사업도, 매립지 폐기물 처리 문제를 둘러싼 주민들의 반발로, 제동이 걸친 상황이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공을 들이고 있는 의료복합단지 조성 사업도 의욕만큼 속도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아파트 및 상가 분양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청라국제도시 미래전망에 한자락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청라국제도시 사업 개요 

▷위치 : 인천 서구 경서동, 연희동, 원창동 일원
면적 : 17.82㎢
사업비 : 6조 7,071억원
사업기간 : 2003년~2018년
계획인구 : 90,000명(33,210세대)
개발사업 시행자 : 한국토지주택공사, 인천시, 한국농어촌공사
계획현황 : 국제업무단지, 로봇랜드, 첨단산업지구, R&D, 금융·관광·레저 등


차병원 의료복합타운, 로봇랜드, 지하철9호선-공항철도 직결 등 개발 호재 많아

2017년 하반기 7BL 일대에 들어설 예정인 로봇랜드와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차병원그룹 의료복합타운은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이 눈여겨보는 사업들이다.

이들 사업이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청라국제도시 미래전망은 한층 낙관적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차병원그룹이 추진 중인 의료복합타운 조성 사업에는 모두 1조원이 투자될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결정된 서울지하철9호선과 인천공항철도의 직결 운행 역시 서울을 오가는 인구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선이 연결되는 2019년이면, 청라국제도시에서 서울 강남 신논현역까지 1시간 안에 갈 수 있다.


  • ▲ 청라시티타워 조감도. ⓒ 사진 뉴시스
    ▲ 청라시티타워 조감도. ⓒ 사진 뉴시스



    청라국제도시 걸림돌 된 시티타워, 사업자 아직 없어

    청라국제도시의 미래 전망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시티타워 사업이다. 청라시티타워는 지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그 예상 높이가 453m에 달한다. 236m인 서울 남산타워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규모다.

    이 사업은 2007년부터 추진됐으나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인천경제청의 애를 태우고 있다.

    시티타워 건설이 국내외 투자자 및 건설사의 외면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한 사업성 때문이다. 사업자가 나서지 않으면서 청라국제도시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사업비를 기존 2,577억원에서 3,032억원으로 455억원이나 올렸다.

    그러나 최근 마감한 ‘청라시티타워 및 복합시설 건설·관리·운영사업자 공모’에 응한 사업 후보자는 싱가포르 특수목적법인(SPC) G사를 주관사로 하는 컨소시엄 1곳에 불과했다.

    이 컨소시엄에는 국내 중견건설사와 중소 유통사, 전기업체, 레미콘 업체 등이 참여했으나, 사업신청서류 제출일에 내야 할, 약 90억원에 이르는 협약체결보증금(건설비의 3%)을 납부하지 않았다.

    이 컨소시엄은 ‘50층 이상 또는 200m 이상’ 초고층 건축물 준공실적을 보유한 주관시공사도 선정하지 않았다.

    컨소시엄에는 국내 중견 건설사가 참여하고 있지만 이 업체는 초고층 건축물 준공실적이 없다. 이 컨소시엄은 지난달 29일 협약체결보증금을 납부하면서 성의를 보였지만, LH가 정한 시한까지 주관시공사를 선정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LH는 이 컨소시엄에 이달 25일까지 초고층 건축물 준공실적으로 보유한 주관시공사를 선정할 것을 통보했다.

    컨소시엄 주관사인 G사는 현재 시티타워의 설계를 변경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설계로는 수익성을 맞출 수가 없어 설계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G사의 설명이다.

    G사는 국내외 주요 건설사들이 변경된 도면을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LH 측에 주관시공사 선정기간을 6월 말까지 늦춰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LH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LH 관계자는 “시티타워 건설의 핵심은 초고층 건축물을 안전하게 시공할 수 있는 공신력있는 주관사 선정”이라며, “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시간을 줬는데, 다시 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청라시티타워 공모는 4년 동안 3차례 실시됐으나 모두 유찰됐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시공 상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부족한 사업성, 청라국제도시의 접근성 부족 등을 이유로 이 사업에 관심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시티타워가 끝내 사업자를 찾지 못하는 경우, 그 결과가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매립지 폐기물 문제로 몸살 앓는 첨단산업지구

    LH가 추진 중인 첨단산업단지(IHP) 조성 사업도 폐기물 처리 문제로 급제동이 걸렸다. LH는 청라국제도시에 IT·자동차 관련 산업 등 첨단 기업 유치를 위해 117만9000㎡에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1, 2 공구로 나눠 추진 중인 부지 조성 공사는 201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4년 첫 삽을 뜬 1공구의 경우, 내년 초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올해 말부터는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다. 2공구는 지난해 12월 공사에 들어갔다.

    이곳 지하에는 163만㎥에 이르는 폐기물이 매립돼 있다.

    LH는 1공구에 매립된 폐기물 73만㎥를 모두 굴착 처리했다. 그러나 2공구 부지에 매립된 폐기물 90만㎥에 대해서는 처리방식을 ‘안정화’ 방식으로 바꿨다.

    폐기물 처리 방식을 변경한 이유에 대해 LH는 “1공구의 경우 고층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고, 폐기물의 양도 많지 않아 굴착했지만, 2공구는 폐기물의 양이 많아 굴착 처리를 하려면 200억원 이상이 든다”고 설명했다.

    LH는 2008년 국토부 산하 건설기술연구원이 실시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폐기물 매립지 밑 토양은 오염되지 않았으며, 침출수 예방을 위해 차수벽만 설치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LH는 인근에서 이미 운영 중인 GM대우차량시험장도 안정화 공법으로 폐기물을 처리했다고 덧붙였다.

    안정화 공법은 매립된 폐기물의 일부만 파낸 뒤, 나머지는 다짐 방식 등을 이용해 침출수만 빼낸다. 폐기물 전체를 모두 파 적정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굴착방식에 비해 비용이 더 든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근 주민들은 2공구 공사 중단과 토지오염도 조사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1공구와 같이 폐기물을 모두 걷어낼 것을 요구하는 주민들도 많다.

    주민 반발이 이어지면서 환경 관련 시민단체들도 나서고 있다. 이들은 LH가 폐기물 처리방식을 주민 동의 없이 바꿨다고 주장하면서,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