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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V는 지난 1995년 글로벌 시장에 출시돼 전세계 160여개국에서 약 760만대 이상 판매된 월드 베스트셀링 SUV다. 동남아 지역은 어디를 가도 CR-V를 쉽게 볼 수 있다. 제대로 관리도 하지 않을 거 같은 지역에서도 쌩쌩 달리는 거 보면 내구성 하나는 검증되고도 남은 셈이다.
이번에 만난 CR-V 2016년형은 4세대 부분변경 모델로 이전 모델들의 수수함에 더해 완숙미까지 느껴진다. 나쁘게 보면 특징이 없지만 오래타도 질리지 않고 어디에도 어울리는 차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동을 걸자 휘발유차 특유의 정숙성이 돋보인다. 최근 시장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는 디젤 SUV들은 아무리 조용해졌다고 해도 가솔린차와 비할 바는 아니다.
2356㏄ 직렬 4기통 엔진은 최고 출력 188마력, 최대 토크 25㎏·m의 힘을 내고 전자제어식 4륜구동 시스템 덕에 심리적인 든든함까지 느낄 수 있다.
특히 도로 상황에 따라 최적의 구동력을 후륜에 배분하는 구조 덕에 웬만한 코너링에서는 차를 급하게 몰아부쳐도 안정적이다. 때문에 고속주행에서 차체 흔들림이 없어 무거운 몸체를 편안하게 조작하는 느낌이다.
도로면에서 올라오는 소음 역시 잘 억제돼 있다. 휘발유 SUV의 장점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밀어주는 힘도 토크 좋은 디젤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부족함없는 수준이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50km 정도까지는 힘들이지 않고 속도를 올려주고 소음도 크지 않으며 안정성도 흠 잡을데 없다.
혼다코리아에 따르면 '2016년형 뉴 CR-V'는 기존 5단 자동변속기에서 무단자동변속기 CVT로 바꾸며 복합연비 11.6km/L, 최고출력 188ps, 최대토크 25.0kg.m를 발휘한다. 때문에 시속 120km 정도에도 2000rpm을 넘지 않아 정숙성과 연비 모두 만족시킨다.
운전석 시야도 아주 좋고 운전 자세 역시 불만이 없다. 뒷좌석의 레그룸과 헤드룸도 세그먼트 평균을 웃돌아 가족 누구의 불평도 나오지 않을 것 같다.
특히 오른쪽 방향지시등을 켜면 오른쪽 차선의 상황이 디스플레이에 나타나는 레인와치 시스템은 처음엔 적응이 필요하지만 나중에는 없으면 불안할만큼 매력적인 기능이다. 오른쪽 후방을 비춰주는 카메라가 버튼 한번으로 작동돼 사각지대를 보여줘 주행시 뿐만 아니라 후진시나 주차시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
특별하진 않지만 최근 차들이 갖춘 수준의 편의장비 등은 모두 갖췄다. 아틀란맵을 사용하는 네비게이션과 후방카메라 등이 기본으로 장착돼 있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스마트폰 페어링이나 기타 시스템 작동에 불편함이 없다. 중앙콘솔 안에는 USB 단자 2개, HDMI 단자 1개가 내장 돼 있어 운전자와 동승자가 동시에 스마트 기기를 충전하고 눈에 보이지 않게 기기들을 보관 할 수 있다. 전동식 트렁크는 여성운전자들도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뉴 CR-V는 미국 고속도로 보험협회(IIHS)가 실시하는 극한 충돌테스트 '스몰 오버랩 테스트'에서 최고 수준 등급(Good)을 획득했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정차시 휘발유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핸들에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최근 디젤차량들도 정차시 진동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것에 비하면 손에 느껴질 정도의 진동은 의문이다. 또한 오디오의 경우 화면이 자주 먹통이 되는 점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네비로의 전환이나 핸들 리모콘을 이용한 조작에 문제점이 없는 것을 보면 헤드유닛의 문제점으로 보인다. 다만 위의 문제들은 시승차만의 문제일 수도 있어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4000만원에 이르는 차량 가격을 생각했을 때 대시보드 상단의 플라스틱 재질이 도드라지는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 동급의 국산차들도 최근에는 우레탄 등 고급 재질의 사용을 늘리고 있는 시점에서 재질의 고급감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변속기의 수동모드가 없는 것 역시 아쉽지만 이 차의 성격을 생각한다면 큰 부분은 아니다.
가격은 EX-L 3890만원, 투어링 407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