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가격-부족한 물량-온라인 판매' 등 판매 부정적"아이폰6S에 사이즈만 작아져…소비자 선택 역부족"
  • ▲ 아이폰SE 광고 현수막을 매장 전면에 게시한 LG유플러스 매장. ⓒ뉴데일리 윤진우 기자
    ▲ 아이폰SE 광고 현수막을 매장 전면에 게시한 LG유플러스 매장. ⓒ뉴데일리 윤진우 기자


    평소 아이폰 매니아라 자칭했던 30대 남성 조모 씨는 아이폰SE를 구입하려다 크게 마음이 상했다. 대리점 10여 곳을 둘러봐도 아이폰SE를 만져볼 수 있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기 때문이다. 조 씨는 결국 30분 지하철을 타고 근처 프리스비를 방문해서야 아이폰SE를 체험할 수 있었다.

    조 씨는 "크고 작은 휴대폰 대리점 10여 곳을 들려봤지만 아이폰SE를 만져볼 수 있는 곳이 없었다"며 "아무리 온라인 판매를 강화한다 해도 대리점마다 비치된 갤럭시S7, LG G5와 너무나도 대조적인 모습"이라 불만을 토로했다.

    3년 만에 4인치 크기로 출시된 애플의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SE'의 인기가 예상보다 크게 밑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16GB 56만9800원, 64GB 69만9600원으로 출시된 아이폰SE는 비싼 가격과 부족한 물량, 퇴보한 카메라 성능 및 배터리 용량 등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족한 물량을 이유로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고 있어 매니아들의 불만이 높은 상황이다.

    실제 기자가 10여 곳의 휴대폰 대리점을 방문할 결과, 아이폰SE를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아이폰SE를 체험하기 위해선 애플기기 리셀러 매장을 방문해야만 했다. 온라인 판매를 결정한 KT 매장을 포함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어디에도 아이폰SE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일부 매장 직원들은 "아이폰SE의 입고 시점을 장담할 수 없다"며 아이폰SE 대신 아이폰6S를 권하기도 했다.

    앞서 애플은 지난달 22일 대화면으로 떨어져나간 고객들을 잡기 위해 4인치대 보급형폰 아이폰SE를 공개했다. 하지만 공개 직후 업계에서는 보급형폰임에도 불구하고 70만원에 육박(64GB 기준)하는 비싼 가격과 큰 화면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성향을 감안할 때, 메리트가 없다는 평가를 내렸고 실제 소비자들의 반응도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 ▲ 왼쪽부터 아이폰SE, 아이폰6S, 아이폰6S플러스 모습.ⓒ뉴데일리 윤진우 기자
    ▲ 왼쪽부터 아이폰SE, 아이폰6S, 아이폰6S플러스 모습.ⓒ뉴데일리 윤진우 기자



기자가 만나본 소비자들과 판매점 관계자들은 아이폰SE에 대해 하나같이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그 돈을 내고 작은 화면의 아이폰을 살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광진구 SK텔레콤 대리점 관계자는 "아이폰SE에 대해 물어보는 고객은 손에 꼽을 수준"이라며 "예전에는 4인치냐 5인치냐 논란이 많았지만, 많은 사용자들이 5인치 이상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4인치 아이폰이 얼마나 팔릴 지는 의문"이라 지적했다.

노원구 LG유플러스 대리점 관계자 역시 "예약하신 분들이 마음을 돌이켜 온라인으로 직접 구매하며 예약을 취소해 실제 판매된 건은 얼마 되지 않는다"며 "판매하는 입장에서도 기다려야 하는 아이폰SE보다 바로 판매할 수 있는 아이폰6S를 더 권하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이폰SE가 진열된 애플기기 리셀러 매장의 태도는 이통사 대리점과는 달랐다. 매장 직원 김모 씨는 "언락폰 아이폰SE를 70여 대 판매했다"며 "그렇게 많은 고객이 찾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관심을 갖고 보시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솔직히 아이폰SE를 처음부터 찾는 고객은 거의 없는 것 같다"며 "다른 기기를 보러 왔다가 아이폰SE를 발견하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64GB 로즈골드가 가장 많이 팔렸다"고 귀뜸했다. 리셀러 매장에서 판매되는 아이폰SE 언락폰의 경우, 16GB 59만원, 64GB 73만원으로 이통사 제품보다 3~4만원 가량 비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폰SE의 성능은 사실 큰 문제가 없다. 아이폰6S가 크기만 작아진 셈이다. 4인치 아이폰을 그리워한 소비자들을 공략하기에 충분하다"면서도 "비싼 가격과 부족한 물량, 온라인 판매를 고집하는 부분은 아쉽다. 스마트폰이 성숙기에 접어든 시점에서 아이폰SE가 이전과 같은 영광을 누릴지에는 의구심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간이 지나며 초기 물량 부족 사태가 해소되겠지만, 아이폰6S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전면 카메라 화소(아이폰6S 500만화소, 아이폰SE 120만화소)와 부족한 배터리 용량(1624mAh)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며 "화면 일부가 녹색으로 보이거나 아이폰6S에 비해 어둡게 보인다는 일각의 주장도 아이폰SE의 판매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