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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가스 조작으로 신뢰를 잃은 폴스크바겐이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일본과 미국에서 파격적인 보상 등 조치를 취한 반면 한국에서는 집단 소송에도 별다른 보상 등을 내놓지 않고 있다.
2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은 지난 17일부터 일본 내 인기 모델인 '골프' 가격을 16만엔(한화 172만원) 내린 250만엔(2천700만원)에 판매 중이다.
또 '폴로' 시리즈 일부 모델의 가격을 인하하고 같은 시리즈에 신규 엔트리 모델을 도입해 최저 250만엔에 팔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가격 인하뿐만 아니라 무상 수리 제공과 서비스 기간 연장 등 일본 소비자들에 대한 서비스도 개선했다.
폴크스바겐은 '오토론'으로 차량을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범퍼와 사이드미러 파손 시 1회 무상 수리해주며 차량 문제 발생 시 차 견인 및 숙박 알선을 해주는 24시간 서비스를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미국에서의 조치는 더욱 파격적이다.
폴크스바겐은 최근 미국 환경 당국 등과 협의를 거쳐 미국에서 판매한 조작 차량의 환매나 금전보상 방안에 합의했다. 미국에서 문제가 된 60만대 가운데 50만대가 매입 대상이다.
또 폴크스바겐이 피해를 본 미국 소비자에게 1인당 5000달러(566만원)씩 배상하기로 합의했다는 보도도 나오면서 폴크스바겐이 미국 소비자에게 배상해야 할 금액은 모두 30억달러(3조4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폴스크바겐은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파문과 관련해 미국 외에는 보상이 없다는 입장에 한국 피해자들은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됐다.
폴크스바겐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문제 차량에 대한 리콜을 할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언제 할지 불투명한 상태다.
심지어 국내에서 폴크스바겐은 환경부에 부실한 리콜 계획을 냈다가 퇴짜를 맞았으며 검찰은 폴크스바겐의 연비 시험서 조작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 한국이 진짜 억울한 이유는 폴크스바겐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폴크스바겐 스캔들이 터진 지난해 수입차 판매는 BMW(4만7877대), 메르세데스 벤츠(4만6994대)에 이어 폴크스바겐이 3만5778대로 3위였다. 폴크스바겐의 티구안 2.0 TDI BlueMotion은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었다.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배출가스 스캔들이 터진 직후 한국에서 차량 판매가 일시적으로 급감하자 36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 등을 도입한 바 있지만 대부분 재고 판매를 위한 극약 처방이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에는 배출가스 조작에 따른 신뢰 회복을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내세우고 있는데 한국에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이는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는 여전히 폴크스바겐 차량이 비교적 잘 팔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