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부터 해외 진출 초점...中 위생허가 인증 계기, 수출 기대감 커져
  • ▲ 인천 화장품 공동브랜드 어울 홈페이지. ⓒ 화면 캡처
    ▲ 인천 화장품 공동브랜드 어울 홈페이지. ⓒ 화면 캡처

2014년 10월 첫 선을 보인 인천産 화장품 어울(Oull)이 대 중국 바이어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면서, 당초 매출 목표치를 초과달성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인천시가 지역에 있는 화장품 제조기업들과 힘을 합쳐 만든 ‘인천 화장품 공동 브랜드’ 어울은, 최근 막을 내린 중국 상하이 국제 미용 박람회(2016 21st China Beauty Expo)에서 현지 바이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어울’이 참여한 상하이 박람회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화장품-미용제품 전시회로, 홍콩, 광저우와 함께 중국의 3대 화장품 전문 전시회로 꼽힌다.

이번 전시회에서 ‘어울’은 12개 제조사가 만든 28개 품목 43개 제품을 홍보했다. ‘어울’은 전시회 기간 동안 135회에 걸쳐 수출 상담을 진행하고, 20만 달러의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어울’을 탄생시킨 인천시와 인천경제통상진흥원은, 전시회에서 많은 상담이 이뤄진 만큼 수출계약이 추가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어울’은 지난해에도 인천시의 지원을 받아 상하이 전시회에 참가해 이름을 알렸다.

‘어울’은 인천시와 인천경제통상진흥원이 해외 시장을 겨냥해 만든 차세대 히트상품이다.

인천시는 낮은 인지도와 판로확보의 어려움, 취약한 자본력으로 대기업의 하청공장 신세를 면치 못하는 중소 화장품 제조기업의 고충을 인식하고, 공동브랜드 ‘어울’을 만들었다.

‘어울’을 통해 자사 제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인 중소기업이, 대기업 OEM-ODM 생산업체라는 꼬리표를 떼고, ‘K뷰티’의 새로운 성공 모델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이 사업의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다.

화장품, 식음료, 생활 가전 등 소비자를 직접 만나야 하는 업종에 속한 중소기업이 자사 브랜드를 런칭한다는 건, 기업의 운명을 건 모험이다.

당장 소비자에게 새 브랜드를 알리는 것 자체가 문제다. 새 브랜드를 알리는데 가장 효과적인 홈쇼핑은,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에겐 그림의 떡과 같은 존재다.

20~30대 소비층이 많이 찾는 주요 소셜커머스 홈페이지에 새 브랜드 제품을 올리는 것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배가 부른 홈쇼핑이나 소셜커머스 MD에게 새 제품을 알릴 기회라도 잡는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MD를 만나기는커녕, 대화를 나눌 기회조차 얻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물론 지상파 광고는 꿈도 꿀 수 없다.

백화점이나 대기업이 운영하는 아울렛 입점 역시, 끈도 배경도 없는 중소기업이 넘볼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새 브랜드 런칭을 위한 제품 개발, 용기 디자인, 포장 패키지 디자인 등에 드는 필수 비용을 생각한다면, 중소기업이 자사 브랜드를 런칭한다는 건, 무모한 도전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광역 시도의 지원을 받는 공동브랜드는 소매판매업종에 속한 중소기업이 자기 꿈을 이룰 수 있는 매력적인 대안이다.

그러나 인천 화장품 공동브랜드 ‘어울’의 미래를 낙관하기엔 극복해야 할 걸림돌이 많다.

시가 행재정적 지원을 한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시와 산하기관이 지원할 수 있는 마케팅 금액은 고작해야 수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국내 화장품 대기업들과의 정면 대결에서 ‘어울’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190여개에 이르는 인천 지역 화장품 제조기업 가운데 10분의 1도 안 되는 기업만이 공동브랜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현실은, 지역 화장품 기업들이 ‘어울’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럼에도 ‘어울’의 미래에서 희망을 볼 수 있는 이유는, ‘어울’에 대한 인천시의 전략 때문이다.
‘어울’은 상하이 전시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공동브랜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제조사는 현재 12곳. 이들은 28개 품목 43개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제품 포장과 용기에서 브랜드를 지운다면, 품질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것이 시의 판단이다.

여기에 중국은 물론 동남아 화교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더한다면, ‘어울’이 가진 상품 경쟁력은 한결 높아진다.

인천시가 ‘어울’을 런칭하면서, 대중국 수출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어울’은 탄생 순간부터 국내가 아닌 해외시장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 ‘어울’의 주요 고객은 한국 사람이 아닌, 중국인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어울 제품을 사는 고객의 절대 다수는 중국인”이라고 말했다.

인천시가 만든 공동브랜드 오프라인 매장 ‘휴띠끄’는 ‘어울’의 주요 판매망이다. 이 매장은 인천 차이나타운, 중구 문화회관, 인천 개항장 등 주로 중국관광객들이 찾는 지역에 위치해 있다. 

인천시는 중국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동남아 시장을 개척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현재까지 ‘어울’의 해외시장 도전기는 비교적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울’은 런칭 후 지금까지 33억 8천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매출은 현재기준으로 약 5억원 정도. 지난해를 기준으로 한다면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는 것이 인천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해외 시장에 ‘어울’을 알리기 위한 인천시의 노력도 적극적이다.

인천시는 급증한 채무를 줄이기 위해 ‘내핍 시정’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도, ‘어울’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행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시는 ‘어울’을 비롯한 뷰티산업 지원 예산을, 지난해 3억6천만원에서 올해 8억5천만원으로 136%나 올려 잡았다.

인천시는 그 동안 ‘어울’의 중국 수출을 위해 배우 한채아씨의 전속모델로 영입하고, 한씨가 출연하는 어울 CF광고를 상해 Si TV채널을 통해 내보냈다.

인천시는 올해 ‘어울’의 새 모델로 인천출신 연예인 경수진씨를 섭외하고, ‘어울’과 ‘휴띠끄’ 브랜드를 운영할 전문기업으로 ㈜진흥통상비엔에이치를 선정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인천시와 인천경제통상진흥원은 올해 안애 ‘어울’ 브랜드를 붙인 새 제품 20여개를 개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특히 시는 ‘어울’ 제품에 대한 중국 정부의 ‘위생허가’(CFDA) 인증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어울’ 제품에 대한 판매는 ‘휴띠끄’ 매장에 의존하고 있다. 이곳을 찾은 해외 관광객들이 개별적으로 구입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국내외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한 판매는 지지부진이다. ‘어울’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온라인 판매는 기대하기 어렵다.

‘어울’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으로의 수출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CFDA 인증이다. 즉, CFDA 인증은 중국 수출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인천시는 지난해 7월부터 KTR(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을 통해, ‘어울’ 28개 품목 중 17개 품목에 대한 CFDA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시는 올해 하반기에는 ‘어울’ 일부 제품에 대한 중국 정부의 위생허가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는 ‘어울’에 대한 CFDA 인증을 계기로, 중국 및 동남아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공략에 나선다.

인천경제통상진흥원 관계자는 “이미 중국 내 파트너도 확보하고 있다. CFDA 인증이 나오면 중국 수출길이 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음 달 초에 ‘어울’ 2개 제품에 대한 CFDA 인증이 나올 예정이다. 올해 안에 순차적으로 어울 제품 10개 정도가 인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울 제품이 정식 통관되면 중국 파트너가 어울 제품에 대한 본격적인 프로모션 마케팅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천경제통상진흥원은 올해 하반기 중국 현지에서 ‘어울’ 브랜드 런칭 행사를 열 예정이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로의 진출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유정복 시장은 중국의 각 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어울’ 제품을 홍보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앞장서고 있다. 앞서 유정복 시장은 취임 후, 뷰티산업을 시의 8대 전략산업 중 하나로 지정했다.

시는 지역 화장품 제조사 현황 파악을 위해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연구결과는 9월쯤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이를 바탕으로 지역 뷰티산업 발전을 위한 밑그림을 그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