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유례 없는 65% 상속세… "공익법인 아닌 세금이 '우회 상속' 키워"오너 경영 법으로 막은 대한민국… "전문경영인 성적표 바닥인데 대안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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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데없는 '공익법인 논란'에, 김정호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사진)가 "죄 없는 공익법인을 두고 왈가불가할 게 아니라, 상속세율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익법인 문제가 불거진 까닭은 편법 가업 승계를 막자는 것인데, 본질인 상속세율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미봉책에 불과한 결론이 나올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현행 상속세법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다. 미국, 일본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대주주가 경영권을 물려줄 때, 할증액을 추가로 더한다. 할증액을 포함할 경우 세율은 65%까지 치솟는다.

    결국 법대로 경영권을 상속하게 되면, 오너 일가는 기업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 뒤집어 보면 법으로 오너 경영을 막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다 보니 법망을 피한 '우회 상속'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직 오너 경영 체제가 필요하다"면서 "기업의 명운을 건 통 큰 투자나 환부를 도려내는 구조조정과 같은 작업을, 전문경영인들이 용기 있게 해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대한전선이나 기아자동차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국내 전문경영인들의 성적표는 낮은 수준"이라며 "오너 경영이 정답이라고 얘기할 순 없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오히려 경영권 승계에 한해 상속세율을 낮춰야 한다며 독일의 세금 제도를 소개했다.

    독일을 비롯한 일부 국가는 경영권을 승계했더라도, 7년 동안 회사를 유지하면서 고용을 줄이지 않을 경우 상속세를 아예 부과하지 않는다.

    기업 경영의 영속성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근로자들이 안정된 일터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게 독일 정부의 생각이다.

    김 교수는 "상속세는 무언가를 뺏어가기 위해 걷는 세금이 아니다"며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가업승계 시 세제 혜택을 주는 것처럼, 대기업에도 마찬가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공익법인의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통일된 회계기준을 내놓을 예정이다.

    정치권도 공익법인을 활용한 경영권 편법 승계에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로 법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과 LG 등 대기업을 직접 겨냥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 100년 넘는 기업이 2~3개 정도뿐인데, 그마저도 없애려고 하는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익법인 탄생해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