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8일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장이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 등이 대우조선해양의 4조2천억원 유동성 지원방안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주장하자 "특별히 언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개인의 주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가 표면적으로 홍 전 회장의 발언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고 보고 있지만 속내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지원 당시 홍기택 산업은행장까지 한 자리에 모여 결정한 사안인데 뒤늦게 '뒷말'을 쏟아내 청와대와 금융당국 등의 입장이 난처해졌기 때문이다. 

홍 전 은행장은 현재 중국 베이징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청와대·기획재정부·금융당국이 결정한 행위로, 애초부터 시장원리가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었으며 산업은행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중순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등으로부터 정부의 결정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정부안에는 대우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최대 주주 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얼마씩 돈을 부담해야 하는지도 다 정해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부실과 관련해 감사원 감사에 이어 검찰 수사까지 받게되는 등 코너에 몰리자 홍 전 은행장이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지원 당시 최고책임자 자리에 있던 홍 전 은행장이 산은 책임론이 거세지자 현 정부와 금융당국 간의 '공동책임론'으로 이를 분산시켰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구조조정이 이제 시작단계인데 온갖 질타가 산은에 집중되는 것을 홍기택 전임 회장이 지켜보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권 4년차가 되니까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