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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조선·해운산업을 구조하기 위해 11조원 규모의 국책은행자본확충펀드 출범을 예고했다.
하지만 학계를 비롯해 금융권 내부에선 갈수록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정부는 대우조선해양 등의 부실로 발생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의 부실을 메우기 위해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기업은행 발행어음을 담보로 10조원 대출을, 정부는 기업은행에 자산관리공사 후순위 대출 1조원을 통해 11조원 규모의 펀드를 출범하겠다는 게 골자다.
한국은행, 기업은행, 자산관리공사, 신용보증기금이 얽히고설킨 복잡한 구조인 자본확충펀드는 출범도 하기 전에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절차 상의 문제다.
한국은행이 금융기관에 대해 긴급여신을 결정할 경우 금융통화위원회 4명 이상의 위원들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자본확충펀드 참여 계획을 먼저 밝히고 금융통화위원회 논의 절차는 추후로 미뤄 결국 금융위원들은 ‘거수기’로 전락하게 됐다.
10조원에 대한 회수도 논란거리다.
돈을 빌려줄 방법만 있지 이를 어떻게 회수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없는 상태다.
금융당국은 신용보증기금이 지급보증을 하기 때문에 돈을 떼일 일이 없다고 자신하지만 신용보증기금은 총 자산이 8조원 규모고 이미 대우조선해양 관련 부실이 1조원 이상 발생해 있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 신보뿐만 아니라 기업은행까지 부실이 확산될 수 있다.
또 한국은행법 상 증권을 담보로 한 대출만기는 1년으로 한정돼 있어 2017년까지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자금 회수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소재도 불분명해졌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방법은 산업은행이 정부 보증을 받아 한국은행이 직접 대출하고 수출입은행 역시 한국은행이 출자하는 게 맞다”며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정부의 대출회수 책임에 대한 질문에 대해 얼버무린 것을 보면 정부가 책임져야 할 리스크를 정책금융기관들의 나눠 책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학계도 한국은행의 대출 방식에 우려를 표했다.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방향 발표에 앞서 지난 7일 민주정책연구원이 개최한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재원마련 방안’에서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행법 64조의 대출 규정에 증자 지원 용도로 활용 가능한 대출형식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대출규정과 시행세칙에 정해진 대출형식은 자금조정대출, 일중당좌대출, 금융중개지원대출 등 3가지다.
따라서 한은이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자본확충펀드에 참여하는 것은 한은법이 규정한 대출 방식을 벗어난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한국은행이 부실기업 구조조정 목적으로 산업은행에 대출해줄 경우 한국은행 금융기관 대출규정 상 ‘자금조정대출’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특정산업에 대한 지원목적의 대출이 과연 자금조정대출에 해당하는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