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근거없는 초법적 발상 비판 경유버스 교체비용 막막, 경유차 미세먼지 유발 주장도 모순
  • ▲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을 운행 중인 수도권 광역버스의 모습. ⓒ 뉴시스
    ▲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을 운행 중인 수도권 광역버스의 모습. ⓒ 뉴시스

    지난달 서울시가 경유(輕油)를 원료로 사용하는 경기·인천 광역버스의 서울 출입을 내년부터 금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촉발된, ‘수도권 버스전쟁’이 2라운드에 들어섰다.

서울시는 지난달 경유 광역버스 전체에 대한 출입제한 방침을 설(說)처럼 언론에 흘린 뒤, 지금까지 관련 대책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 경유 광역버스 출입제한 방침은, 취재 결과 법령상 근거가 없는 초법적 발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안의 발단은 국가적 현안인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서 비롯됐다. 
미세먼지 발생이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면서, 정부와 지방정부는 저마다 해법을 찾는데 애를 쓰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유차량이 미세먼지 증가의 주범이라는 견해가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말, 내년부터 경기도와 인천에서 서울을 오가는 경유 광역버스의 출입 제한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경유 광역버스를 모두 압축천연가스 차량으로 교체할 것을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즉각 반발했다. 서울시가 언론을 이용하는 행태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수명이 남은 정상 경유버스 전체를 압축천연가스 차량으로 바꾸라는 요구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고압적 발상이란 것이 반발의 근본 이유다.

일반적으로 압축천연가스 1대 가격은 1억1,9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인천에서 서울을 오가는 경유 광역버스는 63대로 비교적 수량이 작은 편이지만, 경기도는 그 수가 1,800여대에 이른다. 최근 출퇴근길 수송률 확대를 위해 경기도가 도입한 2층 광역버스도 경유를 원료로 쓰고 있다. 이들을 모두 압축천연가스로 교체한다면 부대비용을 합쳐 2천억원 가까운 예산이 필요하다.

서울시가 밝힌 방침이 비현실적인 이유는 더 있다. 
서울시의 경유버스 전면 운행 금지 방침은 실정법상 근거가 없다.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수도권대기법)은, 배출가스저감장치를 부착하지 않은 차량의 운행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담고 있다(법 28조의2).

이에 따르면, 운행 제한 대상은 배출가스저감장치를 달지 않은 2005년 이전 생산 차량이다. 여기에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3개 시도는 별도 조례를 통해, 운행 제한 경유 차량의 중량을 2.5톤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즉, 2006년 이후 생산된 경유차량, 2005년 이전 출시됐어도 배출가스저감장치를 단 차량, 중량이 2.5톤 미만인 차량 등은 운행제한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모든 경유버스의 출입을 제한하겠다는 서울시의 방침은 현행법상 근거가 전혀 없다.

앞서 경기도와 인천시는,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경유 버스 출입제한 방침을 언론에 흘리면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불쾌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경유 광역버스가 서울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이란 주장에 대해서도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무엇보다 경유차에서 나오는 배출가스가, 수도권 초미세먼지 발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공인 기관의 연구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2013년 국립 환경과학원의 분석결과를 보더라도 이런 사실을 알 수 있다.

환경과학원은 2013년 기준 국내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을 10만6,610t으로 집계했다. 
이 가운데 경유차를 포함한 도로이동오염원의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1만1,134t으로, 전체의 10% 수준이었다.

환경과학원 조사결과를 보면, 초미세먼지 ‘주범’은 제조업 연소와 날림먼지(비산먼지)였다. 
제조업 연소는 2013년 국내 초미세먼지 배출량의 39%(4만1,606t)를, 비산먼지는 16%(1만7127t)를 각각 차지했다. 고기나 생선을 구을 때 나오는 생물성 연소 비율도 12%(1만2681t)나 됐다. 

경유를 주로 사용하는 건설기계 등 비로도이동오염원 배출량 1만3953t(13%)과 도로이동오염원 전체를 합쳐도, 서울시가 주장하는 것처럼 경유차가 전체 미세번지의 41%를 만들어 낸다는 결과와는 크게 차이가 난다.

물론 조사지역을 수도권으로 좁히면 도로이동오염원의 초미세먼지 발생 기여율은 24%로 크게 늘어난다.

건설기계 등 비도로이동오염원의 수도권 초미세먼지 발생 기여율이 21%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2013년 기준으로, 수도권 초미세먼지 발생량의 45% 정도가 교통수단에서 발생됐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경유차에 이 모든 책임을 떠넘길 수는 없다. 환경과학원의 조사결과가 나타내는 것은, 도로 혹은 비도로이동원, 즉 교통수단이나 중기(重機)로부터 나오는 초미세먼지의 총량이지, 경유차로부터 나오는 (초)미세먼지의 배출량이 아니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경유차의 미세먼지 배출량을 측정할 수 있는 정밀 계측 장비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는 일부 언론보도도, 환경부와 서울시 주장의 신뢰도에 의문을 갖게 만들고 있다.

환경부의 태도 역시 문제다. 환경부는 불과 1년 전까지 경유차량에 ‘저공해 인증’을 내줬다. 지난 10년간 환경부로부터 ‘저공해’ 인증을 받은 경유차는 모두 130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사정을 종합한다면, 서울시의 경유버스 퇴출 시도는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경기도 관계자는 경유 광역버스 운행 논란과 관련해, “환경부와 관련 회의를 여러 차례 하고 있다. 경기도나 인천시가 요구하는 것은 하나다. 경유차 운행 제한에 앞서 대상 차량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니, 이를 중앙정부가 지원해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의 태도에 대해 “법령을 봐도 경유버스 전체의 운행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 이걸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서울시가 종합대책을 발표한다고 했는데 아직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