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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해운업의 기업 구조조정이 한창인 가운데 은행 산업에 대한 신용평가사와 증권사들이 상반된 보고서를 내놨다.
그러나 두 기관은 투자방향성을 정하는 데 중요한 참고가 되는 만큼 엇갈린 전망이 오히려 투자자에겐 혼란을 가져왔다는 지적도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향후 은행 산업에 대해 부정적 보고서를, 한국투자증권은 매수 추천 보고서를 내놓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기업 구조조정, 기준금리 인하 등 금융환경 변화로 인해 은행권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상반기 실적 호조세는 이어가겠지만 조선해운업에 대한 충당금 적립으로 인해 하반기부터 은행 기세가 한풀 꺾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순이자마진은 사상 최저 수준인 1.55%를 기록하는 등 이익창출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이혁준 금융평가1실장은 “현재 국내 은행들의 실질적인 수익성, 자산건전성, 자본적정성은 외견상 지표보다 훨씬 열위한 수준”이라며 “부실화가 진행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익스포져를 대부분 정상여신으로 분류하고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하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2분기부터 부실화된 기업 익스포져에 대한 여신건전성 재분류 및 충당금 추가적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일부 은행은 분기 적자를 시현하는 등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5대 취약업종 여신비중이 높은 은행으로 부산, 경남, 대구, 하나, 광주, 우리, 농협은행을 꼽았다. 이 중 자본적정성 지표가 상대적으로 열위한 은행으로 전북, 광주, 우리은행을 지목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하반기 중 은행권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한 후 신용등급 조정을 검토할 예정이다.
반면 증권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민간은행에 미칠 영향이 미비하다며 옹호하는 분위기다.
특히 대형 조선사 여신은 대부분 국책은행에 쏠린 만큼 시중은행의 충당금 적립부담은 예상보다 적다는 게 이유다.
한국투자증권 이철호 애널리스트는 “2분기 중 진행 중인 대기업 구조조정 관련 충당금 부담은 상장은행의 경우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현대상선에서 발생할 것”이라며 “이에 따른 은행의 충당금 적립부담은 약 412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책은행의 부실을 떨어내는 과정에서 민간은행의 실적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피할 수 있다”며 “오히려 현재 은행 주가가 저평가된 것이 우려스러울 정도”라며 은행주 매수 확대를 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