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원칙 보다 재원 마련에 두 달 허송세월 산업경쟁력 보다 임시 처방에 급급

  •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업구조조정 추진계획 및 국책은행 자본확충 등 보안방안 합동브리핑’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 뉴시스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업구조조정 추진계획 및 국책은행 자본확충 등 보안방안 합동브리핑’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 뉴시스

 
정부가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컨트롤타워로 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만든데는 늦게나마 기업 구조조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지난 두 달여간 구조조정의 원칙보다 오로지 재원조달 방안에 매달리면서 헤매던 시절을 접고 나랏돈 11조원을 쏟아 '생존'을 전제로 한 조선,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구조조정 방향성을 산업경쟁력 측면에 맞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구조조정의 첫 단추로 각 기업으로부터 '자구안'을 제출받는 것으로 자체적인 비용절감에 초점을 맞추자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으론 '내일'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이 1970년대에 불황이 닥치자 조선 건조능력을 10년 만에 절반으로 줄인 뒤 다시 일어서지 못했던 과오를 우리가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구조조정 큰 그림 안 보인다  

특히 정부의 구조조정 대책에 산업 개편을 담은 큰 그림이 없고 오로지 돈을 쏟겠다는 의지만 읽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자본을 투입해 살릴 수 있는 기업은 살리자는 것인데 어떤 회사를 살리고, 어떤 산업을 육성할 지에 대한 현실적인 방안은 빠져있다. 

정부는 산업재편에 관해 "경기 민감 업종의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현안기업의 구조조정을 넘어 산업 차원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지 구체적인 육성 산업 산업 재편 방향에 대해서는 또 뒤로 미뤄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산업재편에 대한 시급성을 강조해왔으나 반년이 지나도록 방향성 하나 잡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4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공급과잉으로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진 업종을 사전에 구조조정하지 않으면 업종 전체적으로 큰 위기에 빠지게 되고 대량실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결국은 채권단에게 국책은행을 동원한 넉넉한 자금줄을 가지고 조선 3사, 해운 2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처리할 것을 떠넘기는 식 밖에는 안된다. 


  •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업구조조정 추진계획 및 국책은행 자본확충 등 보안방안 합동브리핑’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 뉴시스



  • ◇ 산은 "정부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 

    어깨가 무거워진 것은 국책은행이자 채권단인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뿐이다. 특히 산업은행의 경우 대우조선해양 부실로 인한 온국민의 질타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감사원 감사에다가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의 칼끝이 연신 산업은행을 가리키면서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검찰은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의 수조원대 분식회계와 전직 최고 경영자들의 비리의혹에 연루된 정황을 갖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옛 중수부격인 특수단이 나선데는 결과는 다 나와 있고 누가 책임질지만 남겨둔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1987년부터 지금껏 대우조선해양에 투입된 공적자금과 국책은행 자금만 6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말 대우조선의 부채 비율은 7000%이고, 지난 3년간 적자만 4조4500억 수준이다. 

    부실의 책임소재를 찾는데 감사원과 검찰이 동시에 나서자 산업은행에서는 내부 반발도 상당하다.  

    박근혜정부 초대 산은 회장이었던 홍기택 전 KDB금융그룹 회장 겸 대표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우조선 지원과정에서 산은은 '들러리'였고 정부와 청와대가 모든 것을 결정했다고 폭로한 점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홍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서 대우조선에 대한 4조2000억원의 유동성 지원 논의과정에서 청와대와 금융당국으로부터 지원 액수를 전달만 받았다고 했다. 

    산은 노조 역시 산은이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에 반대했음에도 금융당국과 정부가 지원을 결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