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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대체적으로 소비와 투자의 증가를 이끌어 경기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러나 마이너스 수준까지 금리를 떨어뜨렸음에도 경기회복을 자신할 수 없는 유럽과 일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는 기준금리 인하가 반드시 경기회복을 이끈다고 확신하기 어려워졌다.
우리나라 역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심리는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2011년 3.25%였던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1.25%로 인하하는 동안 소비와 투자는 각각 1.7%, 2.6% 증가하는데 그쳤다.
과거 2000년 초반부터 2005년까지 기준금리가 5%에서 3.25%로 인하되는 기간 소비와 투자가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기대이하의 결과를 보이고 있다.
결국 현재 경제현실을 감안하면 통화정책만으로는 경기부양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더욱 문제는 저금리로 인해 가계부채는 더욱 상승하고 있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 증가를 이끈 가운데 최근에는 전세자금 대출까지 급증하고 있다.
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기업은행 등 6대 은행의 전세대출은 올해 3조4974억원 증가했다.
전세대출의 경우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원금을 당장 갚아나갈 필요가 없고 이자만 지급해도 돼 서민들이 주거안정을 위해 몰린 탓이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1조2221억원으로 가장 많이 증가했다. 이어 국민은행(7313억원), 농협은행(6713억원), 신한은행(5767억원), KEB하나은행(3030억원) 순으로 기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의 정희수 팀장은 "전셋값이 계속해서 상승하는 추세인 데다가 전세대출은 원리금을 갚는 게 아니라 이자만 갚아도 되는 거치식, 변동금리 구조여서 기준금리 인하로 전세대출이 빠른 속도로 늘어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회복을 위해선 재정투입이 시급하지만 현 정부는 이에 대해 소극적이란 지적도 있다.
대신증권 박형중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도 정부의 재정정책의 주안점은 균형재정, 재정건전화, 지출합리화에 있다”며 “올해 추경을 편성하더라도 20조원 이상의 대규모 추경이 편성될 가능성은 낮고 추경만으로는 경기하강 추세를 바꾸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추경 편성과 집행이 현실적으로 9월 전후에나 가능하다고 본다면 추경 효과는 올해 4분기나 내년 쯤에나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요구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