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압박 때마다 매각설… 공정위 제재도 받아구조조정 마무리·먹거리 확보 때문
  • ▲ 두산건설이 신분당선 시설운영회사인 네오트랜스 지분 매각 계획이 없다고 21일 밝혔다. 사진은 두산건설 표지ⓒ뉴데일리
    ▲ 두산건설이 신분당선 시설운영회사인 네오트랜스 지분 매각 계획이 없다고 21일 밝혔다. 사진은 두산건설 표지ⓒ뉴데일리


    두산건설이 신분당선 시설운영사인 네오트랜스 지분매각 계획이 전혀 없음을 드러냈다. 두산건설이 가진 네오트랜스 지분은 42.8%로, 이 같은 입장을 내비친 건 처음이다.  

    네오트랜스는 두산건설이 자금 압박을 받을 때마다 매각설이 나왔을 정도로 '뜨거운 감자'였다. 심지어 두산건설은 네오트랜스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기도 했다.

    앞서 공정위는 2013년 두산건설에 1년 내로 네오트랜스 주식을 처분하라고 명령하고, 과징금 56억원을 물린 바 있다. 지배구조가 (주)두산→두산중공업→두산건설→네오트랜스 식인데 지주회사였던 (주)두산 손자회사인 두산건설이 네오트랜스 지분 42.8%를 가진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 소속 손자회사가 증손회사격인 자회사를 가지려면 주식 100%를 보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지주회사 기준은 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이면서 자회사 주식가액이 자산총액 50% 이상인 기업이다.  

    두산건설은 네오트랜스 지분을 팔기 위해 노력했으나 매각이 진척되지 않았다. 네오트랜스에 참여한 다른 건설사가 반발한 것도 부담이 됐다. 네오트랜스 지분 비율은 △두산건설 42.86% △대림산업 14.29% △대우건설 14.29% △동부건설 7.14% △코오롱글로벌 7.14% △태영건설 7.14% △포스코건설 7.14% 순으로, 두산건설이 주간사로 있다.   

    그러다 2015년 상황이 반전됐다. (주)두산이 사업영역을 확장해 자회사 주식가액이 회사 자산총액 50%에 못미치면서 지주회사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지배구조는 이전과 동일하더라도 모회사인 (주)두산이 지주회사가 아니라면 두산건설로선 네오트랜스 지분을 계속 갖고 있어도 불법이 아니다.

    이후 한동안 수면 아래 있던 네오트랜스 지분 매각설은 두산건설이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다시 떠올랐다. 두산건설은 렉스콘 공장을 시작으로 배열회수보일러(HRSG)와 화공기자재(CPE) 사업부까지 팔았다. 올 1분기 기준으로 1조751억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줄이기 위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두산건설이 선택한 것은 '네오트랜스 지분보유'였다.

    이에 대해 두산건설이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자구노력이 마무리 단계여서 네오트랜스 매각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선 두산건설은 HRSG와 CPE를 각각 GE와 DIP홀딩스에 넘겨 4172억원을 확보했다. 두산건설 대주주인 두산중공업도 두산건설이 2013년 발행한 400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매입하는 등 정산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또 두산건설은 15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24일 발행할 예정이다. BW까지 투자자를 확보하면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든다.     

    두산건설 관계자도 CPE 매각 후 "유동성이 계획했던 수준으로 확보됐다"면서 "사업부 정리는 끝났으며 앞으로 BW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두산건설이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네오트랜스 지분을 남겨뒀다는 평가도 있다.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네오트랜스는 2013년 146억, 2014년 76억, 2015년 65억원 등 적자 없이 꾸준한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내달부터는 네오트랜스가 용인경전철 운영까지 담당하게 돼 수익 증가가 기대된다. 

    더불어 네오트랜스는 국내 최초 중전철 무인운전 경험에다 우수한 안전관리 능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 한국사업단에 이름을 올리는 등 해외사업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두산건설로선 장기적인 안목에서 네오트랜스 지분을 지켜 종합서비스 능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 해외사업을 대비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셈이다. 

    손태홍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공 위주인 일반도급형 사업은 계속 줄어들 전망"이라며 "운영·관리 경험이 있는 건설사가 더욱 경쟁력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두산건설은 신분당선 차량운행 등을 담당하는 신분당선주식회사 주간사이기도 하다. 신분당선주식회사 지분율은 △두산건설 29.03% △한국인프라이호투융자회사 17.5% △산업은행 10.98% △대림산업 9.71% △대우건설 9.71% △동부건설 4.85% △태영건설 4.85% △포스코건설 4.85% △NH농협은행 3.67% 순이다.

    두산건설이 사업부를 정리하면서 네오트랜스뿐 아니라 신분당선주식회사 지분 매각설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반면 두산건설은 이를 부인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기업설명회(IR) 때 잠깐 나온 이야기"라며 "매각이 진행된 부분은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