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충전시설 설치 대수 전국서 가장 많지만, 주민 불만은 여전
  • ▲ 충전 중인 전기차들(자료사진). ⓒ 사진 뉴시스
    ▲ 충전 중인 전기차들(자료사진). ⓒ 사진 뉴시스

    전국 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 처음으로 전기차를 관용차로 사용하는 등 전기차 보급 확대 및 기발시설 구축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제주도의 정책이, 현장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전기차 보급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제주도는, 이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도내 곳곳에 급속충전시설 설치를 서두르고 있다.

한번 충전으로 평균 120km를 운행할 수 있는 전기차는 짧은 주행거리가 최대 단점으로 꼽힌다. 전기차 개발사들이 주행거리를 늘린 신차를 속속 시장에 내놓고 있지만, 전기차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바꾸고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시간 안에 충전에 가능한 급속충전시설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제주도 역시 이런 사정을 인식하고, 급속충전시설을 순차적으로 늘리고 있다. 제주도는 현재 110여기 수준인 급속충전시설의 수를 내년까지 400기 이상으로 늘려, 전기차를 이용하는 주민이 자신의 생활권역 안에서 불편 없이 충전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제주도가 추진 중인 전기차 보급 확대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반응이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가 전기차 보급 정책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주민도 적지 않다. 

주민들이 道의 전기차 보급정책과 관련해 꼽는 가장 큰 불만사항은 부실한 사후 관리다. 
한 주민은 “제주도는 바람에 염분기가 많아, 지속적으로 관리를 하지 않으면 금새 부식된다. 도가 관리는 등한시 한 채 충전시설 설치에만 급급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급속충전시설 자체가 이용자의 편의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제주 출신으로 서울에서 근무하다가 얼마 전 귀향한 A씨는 “동네에 전기차 충전소가 한 곳 있는데, 경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장소가 협소하다. 좁은 골목길 안쪽에 충전소가 있어 진출입도 불편하다. 급속이라고는 하지만 한번 충전하는데 적어도 20분 이상이 걸리는데, 만약 충전이 필요한 전기차 여러 대가 한 번에 몰린다면 충전시설이 제 기능을 발휘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일부 주민은 “도가 성과위주 홍보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제주도의 전기차 보급 사업에 불신을 나타내기도 했다.

전기차 급속시설설치에 앞서, 충전시설에 인입되는 전기가 어떤 경로를 통해 생산됐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른 주민은 “전력 생산을 화력발전에 의존하면서 급속충전시설을 확충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전기차와 충전시설 설치 확대에 앞서 전력 자급률을 높이는 방안을 먼저 고민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취임 이후 ‘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 정책을 제주의 미래상으로 설정했다.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2030년까지 도내 에너지자립율을 100% 달성하고, 도내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꾼다는 것이 이 정책의 핵심이다. 전기차 및 급속충전시설 확대는 ‘카폰프리 아일랜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일종의 마중물과 같은 역할을 한다.

위 주민의 지적은 이런 현실을 빗댄 것이다.

전기차 충전을 위해 필요한 전기의 생산을 여전히 화력발전 방식에 의존하면서, 전기차 보급 및 충전시설 확대에만 목을 맨다면, ‘카폰프리 아일랜드’ 정책의 기본 정신에 맞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보여주기식 행정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논리다.

이런 지적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한전과 GS 등이 연구목적으로 바닷가 근처에 설치한 일부 실증용 충전기 부식이 문제가 된 적은 있지만 모두 철거했고, 나머지 공공 충전시설은 한국환경공단이 유지관리 및 보수업무를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에 설치된 급속충전시설은 약 110여기로, 이 중 공공시설은 49기, 나머지는 유료 충전사업자가 운영하고 있다. 전국에 있는 공공 급속 충전시설의 설치 주체는 환경부다. 유지관리 및 보수 역시 환경부 산하기관은 한국환경공단이 맡고 있다.

도 관계자는 충전시설 설치 장소 문제와 관련해 “공공 충전시설은 대부분 대로변 근처 공공기관 주차장에 설치돼 있어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충전시설 확충보다 전력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에 대해 “아직까지는 일반 전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늘리기 위한 사업을 단계별로 진행 중이다. 지금은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과정으로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