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 중 유커 70%차지… 면세점 업계 "이번 사태 혐한 움직임으로 번지지 않길" 우려
  • ▲ 신세계 면세점에 꽉 차 있는 관광객들 ⓒ정재훈 기자
    ▲ 신세계 면세점에 꽉 차 있는 관광객들 ⓒ정재훈 기자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THAAD) 배치를 결정함에 따라 중국이 경제보복을 단행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와 면세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의 70%를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차지하고 있어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에서 혐한(嫌韓) 사태가 확산되면 매출에 지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아직 면세점으로서 입지를 다지지 못한 신규면세점들의 불안감이 크다.

    국내 면세점 고객 중 유커 비중이 70%에 달하는데 신규 면세점들은 개인 방문객보다 여행사와 협약을 맺어 패키지로 찾아오는 단체 관광객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혐한 기류가 확산될 경우 
    한국을 찾아오는 중국 내 패키지 여행상품이 줄어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신규면세점인 갤러리아 면세점의 경우 단체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80~90%에 육박한다. 롯데면세점 소공점의 경우 단체 관광객 비율은 55% 수준.

    가뜩이나 당초 목표치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규면세점들은 양국의 갑작스러운 긴장감 조성에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첫 1년간 매출 목표액을 1조~1조5000억원으로 잡았지만 현재 일 매출은 약 7억원으로 목표 매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목표매출인 1조원을 달성하려면 일 매출 40억원을 달성해야 한다.

    두타면세점과 SM면세점 역시 각각 연 목표매출을 5000억원과 3500억원으로 잡았지만, 현재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목표 달성은 어려운 상황이다. 갤러리면세점과 용산 신라 아이파크 면세점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신라 아이파크 면세점 관계자는 "메르스처럼 단기간에 악영향을 강하게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악재인 건 분명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면세점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70%를 차지하는데 혐한 움직임이 심각해지면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중국의 동태를 주시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독도 영토 분쟁 문제로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바 있는 기존 면세점들도 이번 사안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는 마찬가지다.

    롯데 면세점 관계자는 "과거 2012년 이명박 전(前) 대통령의 독도발언 이후 일본 관광객이 줄며 면세점 매출이 반토막 났던 적이 있다"며 "이번 사태가 확산하지 않길 바란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중국 내 혐한(嫌韓) 기류는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9일 중국 환구시보에는 '사드에 맞서 중국이 할 수 있는 5가지 행동'이란 제목의 사설이 실렸다. 이 사설은 "그들과(한국) 다시는 경제 관계 및 왕래를 하지 말고 중국 시장 진출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일본과 센카쿠열도 영토 분쟁 당시 일본에 희토류 수출 및 자국민의 일본관광을 중단시키는 등 일본을 강하게 압박한 바 있다"라며 "뿐만 아니라 지난 2000년 마늘 파동 당시 중국 정부가 보복성으로 5억 달러에 육박하는 한국의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전면 중단해 한국이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본 적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보복이 어떻게 나타날지 몰라 불안하다"면서 "제2의 마늘 파동과 같은 상황이 일어나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