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이번엔 결론" vs 제조업계 "방치 물량도 포함" vs 임대사업자 "출혈경쟁 심각"
  • ▲ 굴착기.ⓒ연합뉴스
    ▲ 굴착기.ⓒ연합뉴스

    굴착기 공급 과잉과 관련해 제조업계와 임대사업자 간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이번에는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결론을 낸다는 태도여서 주목된다.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가 자유무역협정(FTA)에 어긋난다며 공급 제한에 제동을 걸어온 상황에서 연구용역 결과도 통상마찰 가능성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덤프트럭처럼 일정 수준에서 제한적으로 신규 등록을 허용하는 절충안이 나올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18일 국토부에 따르면 오는 22일 오후 4시 한강홍수통제소에서 건설기계수급조절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열린다. 국토부는 이날 공급 과잉 논란에 휩싸인 굴착기 수급조절 여부를 정한다. 관련 연구용역 결과 발표에 이어 굴착기를 수급조절 품목에 추가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건설기계 수급조절제도는 건설기계 대여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된 영업용 건설기계의 등록을 2년간 제한하는 것이다. 현재 적용대상은 덤프트럭, 콘크리트믹서 트럭, 콘크리트 펌프트럭 등 3종이다. 지난해 국토부는 덤프트럭과 믹서트럭은 2009년 8월부터 시행해온 신규 등록 제한을 내년 7월 말까지 2년 더 연장했다. 펌프트럭은 내년 7월 말까지 매년 등록 대수의 2%까지만 신규 등록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수급을 조절하면 국제통상 마찰 우려가 있다고 제기된 굴착기는 일단 제한 대상에서 뺐다. 대신 1년 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국토연구원에 건설기계 수급조절 연구용역을 맡겼고, 지난 15일 최종결과 보고회가 열렸다. 국토연은 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국내 굴착기 등록 대수는 13만6244대로, 6200여대가 초과 공급됐다고 밝혔다. 초과 공급은 2020년에야 풀릴 것으로 국토연은 예측했다. 공급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굴착기는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2014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진행한 연구용역에서도 덤프트럭·기중기·믹서트럭·펌프트럭 등과 함께 공급이 과잉될 것으로 분석됐다.

    건설기계 임대사업자단체인 건설기계연합회는 공급 과잉에 따른 출혈경쟁으로 임대료가 낮아져 영세 사업자가 고통받는다며 수급을 조절해야 한다는 태도다. 국내 굴착기 등록 대수는 2011년 12만1847대에서 지난해 13만6244대로 증가했지만, 실제 장비 가동률은 같은 기간 57.2%에서 47.1%로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1만5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집회를 열고 굴착기 수급조절을 촉구했다.

    반면 건설기계 제조업계는 연구용역 결과가 잘못된 자료를 활용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등록된 굴착기 중 3년 이상 정기검사를 받지 않은 굴착기가 전체의 15%인 2만여 대에 이르고, 이 중 연식이 20년이 지난 장비도 1만대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연식이 20년 이상 됐고 3년 이상 검사를 받지 않은 굴착기는 사실상 사용하지 않는데 이들 장비까지 분석자료에 포함했다는 것이다. 업계는 이들 허수를 빼면 공급 과잉 상태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제조업계는 미수검 굴착기를 방치해도 40만원의 과태료만 물면 되고 과태료를 안 내도 큰 문제가 없는 만큼 수급 제한을 논하기 전에 미검사 굴착기를 먼저 단속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산업부도 사실상 업계 손을 들어주고 있다. 산업부는 굴착기 수급조절이 한·미, 한·유럽연합(EU) FTA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국의 시장접근이 허용된 분야에서 수량쿼터, 독점, 배타적 서비스 공급자의 수 제한 등을 취할 수 없다는 규정에 걸려 통상마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연도 최종보고회에서 통상전문가 자문 결과 FTA 등 통상협정 위반 가능성이 크다고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이미 한 차례 수급 조절을 재검토한 만큼 이번에는 결론을 낸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건설인력기재과 관계자는 "지난해 재검토도 전례가 없던 일로 (논란이 있다고 해서) 또다시 재검토를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양측이 모두 어려우므로 누구 편을 들어줄 수 없는 만큼 연구용역을 거쳐 객관적으로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덤프트럭처럼 공급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선에서 결론이 날 수 있다는 견해다. 연구용역 결과 공급 과잉 상태에서 통상 마찰 우려가 있는 만큼 절충안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공급을 완전히 제한하지 않는 방법으로 통상 마찰을 피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