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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부토건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가 조만간 가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본입찰에 참여한 두 곳이 800억원 이상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단기투자세력인지, 내부정보를 빼내려는 심산인지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과 매각 주관사인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삼부토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조만간 선정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은 본입찰에 참여한 두 후보자 거래조건을 검토 중이다. 가격조건이 맞고 자금증빙능력 검증이 원활하게 진행될 경우 이번 주 중으로 우선협상대상자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1일 실시한 본입찰에서는 미국계 투자개발사 두 곳이 인수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들이 업계에서 예상하고 있는 매각가격보다 800억~1000억원가량 높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에 일각에서는 이들의 인수목적과 의향에 의심을 품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부토건이 변제해야 할 회생채무 등을 고려할 때 예상 매각가격을 1000억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법원이 자회사인 삼부건설공업을 패키지로 매각하려고 하면서 예상 매각가격이 18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삼부건설공업은 콘크리트파일(PH)업체로 약 700억원의 시장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당초 분리매각을 시도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패키지 매각을 추진 중이다.
삼부토건 매각과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그동안 외국회사들의 경우 국내 입찰과정이나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입찰에 참여했다가 발을 빼기 일쑤였다"며 "이 두 곳 역시 한국기업 M&A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진행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U사는 미국 하와이 부동산개발과 관련해 '섬 지역' 개발경험이 있는 토건회사를 찾고 있던 업체로, 삼부토건과의 연관성이 부족하다는 평이며 잔고증명 역시 아직 해결이 안 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계 재미교포가 대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후보인 M사는 미국 뉴욕에서 호텔 개발·운영이나 부동산 개발 등을 영위해 온 회사로, 최근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맨해튼 대형 개발과 브루클린 지역 개발이 인수의 목적 중 하나라고 알려졌다. 한국계 미국인이 대표로, 1000억원 안팎으로 입찰가를 올려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관계자는 "예전 사례를 보면 전략적투자자(SI)나 재무적투자자(FI)의 경우 인수 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주가를 띄워 재매각에 나선 경우도 있고, 투기를 위해 자금을 끌어들여 인수를 하는 만큼 인수가 마무리되도 자금유입으로 이어지지 않은 적도 있다"며 "뿐만 아니라 핵심 기술만 유출하고 회사를 버리거나 실사를 통해 국내 건설사의 경영시스템 등 내부 정보를 빼내려는 사례도 적발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42위를 차지한 삼부토건은 1948년 설립된 중견건설사로 국내 토목건축공사업 제1호 면허를 취득한 기업이다. 하지만 2011년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로 유동성에 위기를 맞아 법정관리를 밟게 됐다.
이후 벨레상스 서울호텔(옛 르네상스호텔, 서울 강남구) 매각 실패 등 재무구조개선 작업이 더뎌지면서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작년 8월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법정관리 중이던 지난 2월 회생계획안을 승인받아 4월부터 본격적인 매각을 추진했다. 4월 말 이뤄진 첫 매각 본입찰에는 동양과 키스톤 프라이빗에쿼티(PE) 등 3곳이 참여했으나, 후보들이 제시한 가격이 최저가격에도 미치지 못해 유찰됐다.
5월 재차 진행된 본입찰에는 미국계 SI가 단독으로 입찰해 우선협상 지위를 얻었지만, 법원 측이 자금 증빙이 미진하다는 이유로 유찰을 결정했다.
삼부토건의 1분기 말 연결기준 자기자본은 2595억원, 부채비율은 462%다. 작년 매출액은 5280억원, 영업손실을 632억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손실 7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지속했다. 올 초 핵심자산 매각을 통해 몸집을 줄였음에도 실적 부진이 겹치면서 재무건전성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벨레상스호텔과 삼부오피스빌딩(서울 강남구)을 팔았고, 골프장 타니CC(경남 사천시)와 투자부동산인 삼부스포렉스빌딩(대전 중구)도 매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