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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16일 열린 경남 양산시 물금읍 양산범어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 시공사선정총회에서 이수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67위인 이수건설은 시평액 3600억원대 중견건설사다.
#2. 지난 24일 아이에스동서는 울산 남구 야음동 일대 남구 B-14블록(송화3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주했다. 아이에스동서는 작년 기준 시평액이 4436억원으로 61위에 랭크됐다.
박근혜정부 정책에 따라 택지개발 사업이 잠정 중단되면서 재건축·재개발사업을 둘러싼 중견건설사들의 밥그릇 싸움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문제는 새우싸움에 고래까지 등판했다는 점이다. 그간 해외 먹거리사업에 총력을 기울였던 대형건설사들까지 정비사업으로 회귀하면서 재건축·재개발사업 수주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최근 서울 성북구 보문5구역 재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0가구 소규모 단지지만 정비사업으로선 서울에 첫발을 디딘 것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서희건설도 최근 경기 남양주시 도곡1구역 시공사로 선정됐다. 서희건설 경우 지역주택사업에서 선전을 바탕으로 상반기 정비사업부문 누적수주액이 1조원을 돌파한 상태다.
상반기 1조원 이상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수주한 곳은 대림산업(1조5954억원)과 포스코건설(1조348억원) 그리고 서희건설이 전부다. 흔히 '메이저 브랜드'로 칭하는 '자이(GS건설, 5858억원)', '힐스테이트(현대건설, 1500억원대)', '래미안(삼성물산, 0건)' 등보다 많은 수주고를 올린 셈이다.
이밖에 태영건설도 4200억원가량 정비사업을 수주하면서 입지 굳히기에 나섰으며, 지난해 1조9000억원을 수주한 반도건설과 우미건설 등도 꾸준히 재건축·재개발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처럼 중견사들이 정비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정부가 2017년까지 대규모 공공택지 및 신도시 개발을 중단키로 했기 때문이다. 주로 공공택지나 신도시에서 신규주택을 분양하던 중견사들이 주택용지 확보가 어려워지자 눈을 돌린 것이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택지개발촉진법이 폐지된 지 2년째에 접어들면서 양질의 택지가 줄어든 상황인데다가 앞으로도 공급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변화에 발맞춘 사업방식, 전략의 변화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2017년 말 종료예정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내년 초까지 시공사 선정을 마쳐야 하는 만큼 서두르는 조합들이 많아진 것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먹거리 기근현상이 중견사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 때 사업진행 과정에서의 마찰과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익성으로 수주를 자제했던 대형사들도 해외수주 부진 등으로 먹거리가 떨어진 상황이다.
올 들어 현재까지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액은 모두 15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64억달러)에 비해 41%, 2년 전(399억달러)에 비해서는 61% 줄어든 처지다.
더군다나 조합들이 빠른 사업추진을 원하고 있고, 일반분양 물량이 적은 만큼 미분양에 대한 우려 역시 낮아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자 전언이다.
업계에서도 앞으로 도시정비사업에서 시공권을 둘러싸고 대형사와 중견사 간의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메이저 브랜드를 앞세워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의 수주가 어렵지 않았지만 반대로 네임밸류가 떨어지는 중견사 입장에서는 진입장벽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2010년대 들어 택지지구에서 저렴한 분양가와 특화평면을 내세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중견사들이 속속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회고했다.
이어 "임박한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종료로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그만큼 더 치열한 수주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권을 둘러싸고 있는 주체 간에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면 자칫 금품이 오가면서 혼탁해 질 수도 있다. 지자체의 관리 감독이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