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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봉제가 법으로 명시되자 시중은행들이 정관 변경에 나섰다.
하지만 성과연봉 도입과 관련해서는 노사 합의가 필요한 만큼 정관을 변경해도 노동권의 격렬한 저항이 예상된다.
또한 금융위원회가 지난 4월 행정예고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에는 임원, 금융투자업무 담당자로 한정됐던 성과보수 대상자가 7월 국무회의서 통과된 제정안에는 전 임직원으로 대상이 확대돼 밀실행정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 KEB하나은행은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정관을 변경했다. 국민은행도 내달 1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정관 변경에 나설 예정이다.
시중은행이 일제히 정관 변경에 나선 이유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오는 8월 1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시행령이 차질 없이 정착될 수 있도록 법 시행 전 금융회사 임원을 소집, 지배구조법 주요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를 갖고 있다.
문제는 당초 행정예고에 없던 성과보수 대상자가 국무회의 통과 후 전 직원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지난 4월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및 시행세칙 제정안 행정예고’에는 부수위원회·보수체계 변경과 관련해 연차보고서 작성사항으로 임원 및 금융투자업무 담당자의 보수액, 부수 금액, 지급형태, 임직원 보수총액 등을 포함하라고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7월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에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해 차등화한 성과보수 지급을 의무화한다고 갑작스럽게 변경됐다.
성과보수 제외 대상자로 최하위직급, 기간제 근로자 또는 단시간 근로자 등을 지정했지만 사실상 정직원도 성과보수 대상자에 포함된 것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정안은 원래 임원들의 보수체계를 뜯어고치기 위해 만들어졌다.
과도한 단기실적 위주 성과급이 2008년 금융위기 주범이었다는 반성에서 출발한 것으로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수위원회가 임원들의 보수를 결정하고 성과급도 장기간에 걸쳐 이연 지급하도록 한 미국의 도트-프랭크법을 본뜬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국무회의에 올린 시행령에는 전 직원에게 성과급을 확대하도록 변경됐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정안은 성과급제의 폐단을 완화하기 위한 성과보수의 이연 지급이 핵심인데 성과보수가 핵심인 것처럼 왜곡됐다”며 “시행령은 임원과 금융투자업무담당자로 규정하면서도 오직 성과보수 지급대상에 대한 부문만은 대상을 전체 임직원으로 확대해 전 직원에 성과급제를 의무 적용하도록 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금융위윈회는 시행령에서 이연 기간 외의 성과보수에 관한 사항을 금융위가 고시하는 기준에 따르도록 했다.
즉, 금융위가 임금체계에 개입할 권한을 명문화한 것이다.
정치권도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무리하게 시행령을 동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정부의 이번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시행령 제정이 현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개혁의 한 축인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의 금융권 확산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그는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와 같이 노동시장 개혁의 일환으로 정부와 사용자가 노조와의 사전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법 상으로 따지자면 근로기준법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보다 상위 개념이다.
아울러 지난해 9월 15일 확정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에 따르면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해 ‘노사정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비롯한 임금체계 개편을 포함한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개정을 위한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하고 이를 준수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라고 돼 있다.
결국 금융위원회는 노사 합의 없이 법으로써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제한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