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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리면서 한우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김영란법에 따라 음식은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 이하로 기업의 접대비 건당 한도가 규정되면서 고가의 한우가 가장 큰 타격을 볼 것으로 우려되고 있기 때문에다.
29일 전국한우협회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국내 한우음식점 매출이 64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는 유통업체 뿐만 아니라 한우농가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우려돼 국내산 농축수산물은 김영란법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협회 측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한우 산업의 연간 생산액은 4조255억원으로 이 중 음식점에서의 한우 소비 비율은 40%로 1조6000억원 규모이다.
현재 음식점에서 판매되는 한우 1인분 가격은 약 7만5000원으로 김영란법 규제 대상인 3만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한우 소비가 40% 이상 위축돼 6400억원 이상의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설과 추석 등 명절 한우 선물세트도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설과 추석에 주로 판매되는 농축산물은 5만원 이상이 50% 이상이며 그 중 한우선물세트는 90% 이상이 10만원 이상으로 소비 위축이 불가피하다.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한우 선물세트 소비가 50% 감소한다고 가정할 경우 유통업체 매출은 4155억원, 한우농가 총수입은 2268억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우협회 측은 "김영란법은 소위 권력층의 부도덕한 처사로 인해 결국은 힘없는 농축수산인만 희생돼야 하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면서 "국민여론도 농어민에게는 특별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데 김영란법이 이대로 간다는 것은 농어민에 대한 법의 횡포"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영란법은 가격이 저렴한 수입 축산물 소비를 권장하는 꼴"이라면서 "국내산 농축수산물은 금품수수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하며 차선으로는 민족문화상징인 한우와 인삼은 별도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김영란법의 조속한 개정 촉구를 위해 '국회의원의 동의서 받기'를 추진하고 있으며 오는 8월 1일 한국농축산연합회 대표자 회의를 통해 후속대책를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농가 관계자는 "유통업체의 경우 5만원이라는 선물 금액 상한선 기준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수 있지만 한우나 과일, 굴비와 같은 농축수산물의 경우 단순히 금액에 맞춘 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고품질의 농축수산물을 생산하는 농가의 특성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채 금액만으로 한도를 정한 김영란법은 농가를 아예 죽이겠다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저렴한 수입산 농축수산물만 김영란법을 등에 업고 혜택을 보게 됐다"면서 "당장 이번 추석부터 농가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전국한우협회 외에도 전국농업협동조합, 한국인삼협회 등 농축수산물 단체들의 건의와 반대서명이 이어지는 등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농가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