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檢 조사 앞둬…강, 100억 몰아주기 압력 의혹



산업은행이 전직 회장들이 연이어 검찰 수사대상에 이름을 올리면서 곤혹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강만수 전 회장으로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면서 검찰의 수사 전선이 대우조선 분식회계 묵인, 사장 연임 로비 등으로 이동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직 수장의 비리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관리 감독 책임이 아니라 비리의 핵심으로 우뚝 서게 된다. 

산업은행은 4일 'KDB혁신위' 출범을 알리며 조직 쇄신, 전문성 강화를 강조하고 나섰지만 전직 '간판'의 뇌물 범죄 정황이 드러나면서 의미가 퇴색됐다. 
 

◇ 강만수, 대우조선에 지인회사 100억 투자 압력 

이명박정권의 개국공신으로 기획재정부와 산업은행의 '수장'을 연달아 지낸 강만수 전 회장(2011~2013년)은 수일 내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두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강 전 회장이 대우조선 경영진을 압박해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에 2년 간 10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2011년 9월 바이오업체 B사의 주식 21만1029주를 4억9999만8000원에 샀다. 

이사회의 승인을 피하기 위해 5억원에서 2천원이 부족한 금액으로 쪼개는 수법도 동원했다. 이 회사의 대표를 비롯해 주요 주주들은 강 전 회장과 친분이 두터웠다. 

이듬해 2월에는 대우조선은 B사와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에탄올 생산 상용플랜트 기술개발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총 44억원을 집행했다. 

  • ▲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 2일 오후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대우조선해양과 특혜 거래 등으로 깊게 유착한 정황이 포착된 강 전 행장의 대치동 자택과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 연합뉴스
    ▲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 2일 오후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대우조선해양과 특혜 거래 등으로 깊게 유착한 정황이 포착된 강 전 행장의 대치동 자택과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 연합뉴스


  • 투자 과정에서 대우조선 임원들은 "조선분야와 전혀 무관한 사업분야로 B사의 사업성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반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강 전 회장은 남 전 사장에게 자신의 같은 종친회 소속인 강모씨가 운영하는 대구의 한 건설업체에도 50억원이 넘는 일감을 몰아주도록 요구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대우조선의 인사권을 쥔 강 전 회장이 남 전 사장에게 수차례 진행상황을 확인하는 등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강 전 회장이 대우조선으로부터 두 회사가 받은 투자액의 일부를 상납 받았는지 여부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산은은 "전직 수뇌부의 개인 비리 수사"라고 선긋기에 나섰지만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 檢, 민유성에 남상태 연임 대가 조사 가능성 커  

    강만수 전 회장의 전임자인 민유성 전 회장(2008~2011년) 또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민 회장의 재임기간이 현재 구속된 대우조선 남상태 사장과 맞물려 있어 민 전 회장이 분식회계 묵인이나 지시, 인사 관련 로비 등에 개입했는지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또 검찰은 2008년말부터 이듬해 초까지 대우조선이 민 전 회장의 지인이 운영하는 홍보대행사와 3년 간 20억원의 고액 계약을 맺은 사실을 확인하고 내용을 파악 중이다. 

    민 전 회장은 2010년 3월 당시 산은이 보유한 성진지오텍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성진지오텍 회장인 전모씨에게 싸게 매도한 배임 등의 혐의도 받고 있다. 전씨는 이렇게 구입한 주식을 며칠 뒤 포스코에 매각해 300억원대 시세차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 ▲ 민유성 전 산업은행 회장(왼쪽 두번째)는 롯데가 경영권 분쟁에 깊숙하게 관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의 기자회견에 동석했다.  ⓒ 뉴데일리
    ▲ 민유성 전 산업은행 회장(왼쪽 두번째)는 롯데가 경영권 분쟁에 깊숙하게 관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의 기자회견에 동석했다. ⓒ 뉴데일리


  • 그는 최근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이 깊숙하게 관여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민 전 회장은 지난해 말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대변인이자, SDJ코퍼레이션의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산은이 공직자 윤리법 적용을 받지 않지만 국책은행의 수장으로 있던 자가 재벌 경영권 분쟁에 한복판에 서 있는데 비판 여론이 높은 상황이다. 


    ◇ 홍기택 귀국 시점은 국회 청문회 될까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홍기택 리스크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홍기택 전 회장(2013~2016년)은 이른바 서별관회의 폭로 이후 미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 전 회장의 후임인 홍 전 회장 역시 대우조선 비리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을 공산이 크다. 검찰이 대우조선 경영진과 산은 수장 간의 유착관계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 전 회장은 검찰조사 보다 먼저 국회 청문회 출석이 유력하다. 그는 현재로서 국회 청문회의 증인 1순위이다. 

    그는 산은의 대우조선 관리 부실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무리한 지원 배경으로 청와대 서별관회의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 ▲ 홍기택 전 회장(2013~2016년)은 이른바 서별관회의 폭로 이후 미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산업은행 제공
    ▲ 홍기택 전 회장(2013~2016년)은 이른바 서별관회의 폭로 이후 미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산업은행 제공


  • 이후 파장이 커지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직에 휴직계를 내고 퇴임 수순을 밟았다. 

    현재 국회 과반을 장악하고 있는 야3당은 '서별관회의 청문회'를 열어야 추경안을 심사하겠다고 버티고 있어 이달 중으로 어떤 형태든 청문회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홍기택 전 회장은 청문회나 검찰 소환 등에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