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은 금융시장 진입 장벽 뚫은 마케팅 전략 관심 집중선두권 은행과 먼저 협업 '1등 마케팅' 숨은 주역삼성페이 국내 가입 500만 돌파 이어 삼성패스, 금융영토 확대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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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모바일 금융의 새 시대가 열렸다. 삼성페이가 처음 시동을 걸었다면, 삼성패스가 본격적으로 속력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속에 그동안 갈고 닦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술을 집약시키며, 이 같은 변화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숨은 주역이 따로 있다. 콧대 높은 금융시장 진입 장벽을 발 빠르게 뚫어낸 마케팅 전략이 그 주인공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처음 출시한 삼성페이의 가입자 수가 한국에서만 500만명(올해 2월 기준)을 넘어서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삼성페이는 지난 1년 새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스페인·싱가포르·호주·브라질 등 세계 각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며, 기대치를 뛰어넘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삼성페이의 성공에는 미국의 '루프페이' 인수·합병(M&A)이 '신의 한 수'가 됐다.
루프페이는 마그네틱전송기술(MST)을 갖고 있다. MST는 스마트폰에서 카드 결제기로 자기장을 전송하기 때문에, 기기를 마그네틱 방식의 결제 단말기에 가까이 대면 거래가 마무리된다.
삼성페이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설계돼 근거리무선통신(NFC) 뿐만 아니라 기존 카드 단말기에서도 결제가 가능하다. NFC만 채택한 애플페이를 단숨에 뛰어넘은 셈이다.
삼성전자는 삼성페이와 S헬스, 삼성녹스(모바일 보안 솔루션) 등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6월 미국의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조이언트'도 인수했다.
삼성페이는 흥행 돌풍을 예고한 '갤럭시노트7'을 타고 영토 확장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갤럭시노트7은 예약판매 열흘 만에 40만명의 구매자를 끌어모았다. 지난 3월 내놓은 갤럭시S7의 예약판매 수량이 같은 기간 동안 22만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2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페이에 대한) 1차 목표가 계획대로 이뤄지고 있다"며 "삼성페이의 자체 수익 모델을 찾는 고민도 조만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갤럭시노트7의 인기에 힘입어 삼성패스도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삼성패스는 공인인증서 없이 홍채인식만으로 모바일 금융 거래가 가능한 시대를 활짝 열었다. 웹 사이트 로그인이나 모바일 뱅킹 서비스 등을 번거로운 절차 없이 홍채인식 하나로 끝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갤럭시노트7 사용자들은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의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통해 삼성패스를 쓸 수 있다.
삼성패스는 앞으로 해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시티은행·뱅크오브아메리카·US뱅크 등과 현재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페이와 이미 거래를 튼 350여개의 은행과도 물밑 작업을 펼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삼성카드·신한카드·하나카드·KB국민카드·키움증권 등과 협력을 추진 중이다.
금융기관들이 이처럼 삼성패스와 손을 잡은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금융권의 까다로운 '본인 인증' 시장에 삼성전자의 홍채인증 기술이 별다른 잡음 없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페이를 단숨에 성공궤도에 올려놓은 금융 분야 마케팅 전략이 이번에도 빛을 발휘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1위 스마트폰 기업과 경쟁업체가 한배를 타게 되면, 다른 기업들도 자연스럽게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삼성이 이런 심리를 이용해 선두권 금융사를 먼저 공략한 뒤 다른 곳도 따라오게 하는 방식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바일 결제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외 기업 사이 '페이 전쟁'이 불붙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