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진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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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이 선박금융 유예를 사실상 마쳤다. 용선료 협상도 최대 걸림돌로 여겼던 시스팬과 합의하면서 마무리 됐다. 채권단 자율협약 시 대부분의 조건을 충족시키며, 법정관리를 막기 위한 최후의 노력을 다했다.  

한진해운은 지난 27일 독일 HSH 노르드 방크, 코메르쯔 뱅크, 프랑스 크레딧 아그리콜 등 해외 금융기관에서 해운 선박금융 채권 상환유예에 대한 동의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28일 밝혔다. 

산업은행 보증이 없을 경우 상환유예가 불가능하다고 밝혀왔던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한진해운 살리기에 동참한 것이다.

이들은 한진해운의 해운 선박금융 채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해외 금융기관들이다. 이번 상환유예만으로 약 1280억원의 자금 조달 효과를 볼 수 있게 됐다. 

특히, 타 해외 금융기관들도 동참하겠다는 의사 표명이 이뤄지고 있어, 총 4700억원의 자금조달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또 한진해운은 용선료 조정 협상에서도 마지막까지 난항을 겪던 최대 선주사인 시스팬이 산업은행의 동의를 조건으로 용선료 조정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른 용선료 협상도 완료돼 약 8000억원의 자금 조달 효과를 거뒀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은 선박금융 유예로 4700억원, 용선료 협상으로 8000억원 등 총 1조2700억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조달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할 만큼 한 한진그룹 자구안, 더 이상은 그룹 전체가 무너질 수도 

앞서 한진그룹은 지난 25일 한진해운 추가 자구안을 통해 유상증자 시 대한항공의 4000억원 유상증자 참여, 추가 자금 필요시 그룹 계열사의 자금 지원과 조양호 회장의 유상증자 참여를 통한 추가 1000억원 등 총 5000억원에 달하는 자구안을 제출했다. 

한진그룹은 “이번에 제출한 자구안은 한진그룹으로서는 조달 가능한 최대한의 내용”이라며 “이미 2014년 최은영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은 이래로 1조2000억원을 지원했고, 이번 자구안을 포함할 경우 그룹 차원의 지원 규모는 1조700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진그룹은 재무적으로 녹록한 상황이 아니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2분기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1100%에 달한다. 5000억원 이상의 지원은 무리라는 판단이다. 더 이상의 지원은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진그룹은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산업을 살리기 위한 일념으로 이 같은 규모의 자구안을 제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기간산업인 해운산업 붕괴되지 않도록 정부와 채권단 발벗고 나서야

해운산업은 국내 수출입 화물운송의 99%, 국가 전략물자 수입의 100%를 담당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국내 항만산업을 비롯해 연관산업의 고용 창출에도 지대한 역할을 하는 산업이자, 유사시 병력 및 군수품 등 전시화물을 운송하는 제 4군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만약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사실상 한국 해운산업 자체가 붕괴된다. 나아가서 해운업과 필수불가결한 관계인 조선업, 항만업 등 연관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수출입기업의 물류비용도 연간 4407억원이 추가될 것이라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조사 결과이다.

한진해운 측은 “용선료조정 및 선박금융 유예를 통해 1조2700억원의 유동성을 조달하는 등 채권단이 요구한 자율협약 조건을 대부분 충족했다”며 “한진그룹도 이미 1조20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5000억원에 달하는 자구안을 내 놓는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해 총력을 기울였다”고 호소했다.

이어 “현재 해외 금융기관들까지도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지 않도록 나서고 있다”며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산업이 붕괴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정부와 채권단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