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정보 공유 안해" 칼 빼들어… 특정외국법인 정조준"즉각적인 피해 없지만…추후 상황 예의주시해야"
  • ▲ 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뉴데일리DB.
    ▲ 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뉴데일리DB.


    러시아가 자신들과 세무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

    한국을 포함해 모두 128개 국가가 이 명단에 포함돼 있다. 문제는 파편이 어디로, 어디까지 튀냐는 것이다.

    만약 러시아가 이를 빌미로 우리나라와 기업에 불이익을 줄 경우, 직간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9일 세무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국세청(FTS)이 최근 자국과 세무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 128곳을 발표했다. 여기엔 한국도 속해있다.

    앞서 러시아 재무국도 같은 이유로 40개 나라를 선별해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러시아 국세청이 이번에 관련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명단 내 국가 숫자를 3배 넘게 늘린 것이다.

    개정안은 현재 러시아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 통과 절차 등을 거쳐 정식으로 승인된다면, 오는 10월 1일부터 법적 효력을 갖는다.

    당장은 우리나라와 기업에 직접적인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당국은 우선, 특정외국법인(CFC)에게만 칼날을 겨눴다. 그동안 주어졌던 면세 혜택 중 일부를 축소하는 식이다.

    이처럼 CFC를 옥죄는 까닭은 세금 회피를 막기 위한 조치다. CFC는 일정 요건을 만족하는 해외 자회사를 말한다.

    예를 들어, 러시아 내 기업(모회사)이 법인세율이 낮은 해외에 CFC(자회사)를 세운 뒤, 회사 전체 소득을 자회사로 몰면서 배당을 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 당국은 법인세를 한 푼도 걷을 수 없다.

    세금을 덜 낼 목적으로, 해외 자회사에 돈을 쌓아놓고 배당에 손 놓고 있는 기업에 철퇴를 가하겠다는 러시아 당국의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다.

    이때 제재 대상 해외 자회사 범위에 우리나라가 처음 들어갔다. 세무정보를 주고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가 러시아로부터 첫 번째 경고장인 셈이다.

    CFC에 대한 면세 혜택도 대폭 줄어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국내 법인세율(22%)이 러시아(20%)보다 높아 우리가 생채기를 입을 확률은 낮다. 러시아 기업 입장에선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한국에 자회사를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똥이 어디로 번질지는 알 수 없다. 러시아 당국이 블랙리스트까지 지정하며 날을 세우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부담이 된다.

    CFC에 대한 압박을 넘어, 또 다른 형태의 강도 높은 보복성 옥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세무업계의 중론이다.

    러시아는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국 중 한 곳이다. 러시아의 동쪽 부분에 해당하는 극동 지역과 한국 간 올해 상반기 교역 규모는 25억8100만 달러에 이른다.

    러시아에 나가 있는 우리 기업은 삼성, LG, 현대자동차, 롯데 등 500여 곳이다.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TV를, LG전자는 TV와 세탁기, 냉장고, 모니터 등을 생산·판매한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CFC는 대부분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에 설립하는데, 우리는 러시아보다 세율이 높기 때문에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러시아가 우리에게 불만은 드러낸 것은 사실인 만큼 추후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