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핵심증인인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의 출석여부는 오리무중이다. 

오는 8~9일 양일간 국회 기획재정위·정무위 간의 연석회의로 이뤄지는 청문회에서 홍 전 회장은 야당이 요구한 이른바 '빅3' 증인 중 유일하게 합의된 인물이다. 

서별관회의 멤버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경우 여당이 강력 반발해 실제 증인 채택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홍 전 회장의 증인 채택이 확정된 뒤 여러 경로를 통해 증인 출석요청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 서류가 홍 전 회장에게까지 닿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만일 홍 전 회장이 이 요청서를 받지 않았다면 반드시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홍 전 회장의 거취는 묘연한 상태다. 

홍 전 회장이 청문회 출석에 대비했다면 전 직장인 산업은행과 함께 준비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와 관련한 자료 요청은 없었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도 홍 전 회장의 불출석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야 3당은 추경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인한 청문회 준비기간이 부족했다며 청문회 일정을 미룰 것을 요청했다. 여기에는 당장 핵심 증인인 홍기택 전 산은 회장의 불출석 가능성 큰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계의 관계자는 "홍 전 회장이 지금 청문회 자리에 선다고 해서 얻을 게 무엇이 있겠느냐"면서 "앞서 인터뷰 기사 내용을 재차 확인하고 물어 뜯기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우조선 서별관회의 문건도 공개된 마당에 더이상 밝힐 내용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했다. 

반면 홍 전 회장이 명예회복 차원에서 청문회 자리에 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의 측근으로 꼽히는 한 인사는 "홍 전 회장이 지난 5월 인터뷰 기사로 곤혹을 치른만큼 명예회복 차원에서 막판 귀국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까지 미국에 머물렀던 건 맞는데 현재 위치는 파악이 안되고 있다"면서 "변호사와 접촉하며 다음 행보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홍기택 전 회장은 지난 5월 말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우조선해양의 4조원 국고 투입과정에서 산업은행은 들러리였고 정부 실세들이 결정지었다고 폭로했다.  

이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직에 올랐지만 6월 휴직계를 낸 뒤 사실상 자리에서 물러났다. 

여당이나 정부 쪽에서는 내심 홍 전 회장의 불출석을 반기고 있다. 과거 인수위 시절부터 돌출행동을 보였던 만큼 언론에 생중계되는 청문회에서 홍 전 회장이 '대형사고'를 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날 청문회에는 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강만수·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스(뉴스컴) 대표 등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또 대우조선 전직 최고경영자(CEO) 중에선 이미 구속기소된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과 정성립 현 사장 등이 증인으로 선다.

현직 국책은행장도 줄줄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도 출석 대상이다. 

현직 관료 중에선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강경원 감사원 제1사무차장 등이 포함됐다. 

이외에도 강덕수 전 STX 회장과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함종호(안진)·김교태(삼정)·안경태(삼일) 등 회계법인 대표들도 증인으로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