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미주노선 숨통 트여… 美 뉴저지법원 '스테이오더' 승인

한진해운이 운항하던 미주노선 해운 물류에 숨통이 트였다. 미국 법원의 압류금지조치(스테이 오더) 승인으로 공해 상에 떠 있던 한진해운 소속 선박들이 롱비치 항만에 화물을 내릴 수 있게 됐다.

해양수산부는 미국 뉴저지주의 파산법원이 9일(현지 시각) 한진해운에서 신청한 스테이 오더를 승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스테이 오더는 국내 법원이 결정한 포괄적 금지 명령(채권자의 자산 압류 강제집행 금지)을 외국 법원에서도 받아들여 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한진해운은 미 항만 당국에 하역작업을 신청한 상태다. 작업이 승인되면 현지시각으로 10일 오전 8~9시(한국시각 11일 오전 0~1시)부터 롱비치 항만 인근에 떠 있는 한진 그리스호의 화물 하역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롱비치는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촉발된 물류난 해결을 위해 정부가 화물 하역을 위한 미주 거점항만으로 선정한 곳이다. 한진 그리스호에는 9124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화물이 실려 있다. 지난달 21일 부산항을 출발했지만,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말미암아 항만에 대지 못하고 대기 중이다.

로스앤젤레스(LA), 롱비치 인근에 대기 중인 한진 보스턴호, 한진 정일호, 한진 그디니아호 등 나머지 배도 차례로 롱비치 터미널에 입항해 화물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에 따르면 스테이 오더가 발효된 나라는 일본과 영국, 싱가포르 등 3개국이다. 싱가포르는 임시 승인 상태로 다음 주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등에도 다음 주 초부터 신청에 들어갈 예정이다. 

9일 오후 6시 현재 한진해운 소속의 운항 선박 128척 중 입항 거부 등으로 비정상적인 운항 상태에 있는 선박은 총 92척(컨테이너선 78척, 벌크선 14척)으로 약 72%에 해당한다. 임시 압류가 4척, 입출항 장애가 88척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번 조처로 미주 노선의 물류 혼란이 일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화물 하역이 신속히 정상화할 수 있게 온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미 선적한 화물의 하역 정상화를 위해 집중 관리해야 할 선박을 41척으로 보고 있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97척 중 20척은 국내(10척)와 중국·베트남 등 외국 항만에서 하역을 마친 상태다. 36척은 국내 항만으로 돌아오도록 유도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스테이 오더가 발효된 항만에서 화물을 내리려면 자금이 필요하다"며 "한진해운 대주주가 화물 하역 정상화를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법원, 관계부처와 협력체계를 구축해 한진해운, 한진그룹, 채권단 등과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