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 구속되면 후폭풍 부담, 검찰 섣불리 결정 못해계열사 사장들 구속영장 기각된 사례도 큰 영향

  • ▲ 롯데 신동빈 회장이 故 이인원 부회장 빈소에 방문했던 모습.ⓒ뉴데일리
    ▲ 롯데 신동빈 회장이 故 이인원 부회장 빈소에 방문했던 모습.ⓒ뉴데일리

검찰의 롯데그룹 비리 수사가 추석 연휴를 지나자마자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신동빈 회장이 20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이번주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신 회장의 조사 결과에 따라 롯데그룹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에 그룹 내부는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19일 검찰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이 검찰로부터 20일 오전 9시30분까지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검찰의 신 회장 소환은 지난 6월 10일 압수수색을 시작한지 100여일 만이다. 

롯데그룹 한 관계자는 "연휴가 끝나자마자 총수 소환 조사로 어수선한 상태"라며 "고객과 협력사, 임직원들의 어려움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검찰 조사에 응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측은 신동빈 회장이 정해진 시간에 출석하고 성실하게 답변해 조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신 회장의 소환으로 검찰 수사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번달 안으로 수사를 마무리 짓겠다고 선언한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신 회장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법상 횡령과 배임의 혐의를 적용할 계획이다.
 
신 회장에게는 해외 인수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다른 계열사에 떠넘기거나 알짜 자산을 헐값에 특정 계열사로 이전하는 등 배임 의혹과 일본 롯데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등재한 후 별다른 활동 없이 해마다 100억원대 급여를 받는 등 횡령 혐의도 제기된 상태다.

또 지난 10년간 롯데건설을 통해 수백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총수 일가의 수천억 원대 탈세 과정 등에 신 회장이 개입했는지 여부도 수사 대상이다. 

현재까지 검찰이 파악한 신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액수는 2000억원대로, 소환 조사가 마무리된 후 신 회장이 구속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신 회장 수사 이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자칫 구속영장 발부를 먼저 했다가는 또 다시 낭패를 볼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검찰은 롯데케미칼 허수영 사장과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발부가 기각되는 등 체면을 구긴 바 있어 선뜻 신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만약 신 회장을 구속시킨다면 뒷따를 후폭풍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돼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재계 5위의 롯데그룹이 사상 초유의 위험에 직면하게 되는 것으로 국가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신 회장이 구속되면 경영권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형태로 봐서 일단 신 회장이 자리를 비우게 되면 한·일 롯데 그룹의 지주회사인 홀딩스 일본 임원들이 경영권을 대신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즉 '비상 경영 체제'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구속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쓰쿠다다카유키(佃孝之) 홀딩스 사장 등 일본인 경영진들이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본에 뿌리를 두고 있는 롯데그룹의 경우 롯데 일가의 지배력은 매우 약하다. 결국 신 회장의 구속 여부가 결정되면 지배구조 상 일본 롯데 지배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뿐만 아니라 당장 오너 공백을 대신할 전문경영인도 녹록치 않다.

'롯데 2인자'로 통했던 이인원 부회장은 검찰 소환 직전 목을 매 자살했고, 신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은 각각 비자금 수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망 피해 사건 등으로 줄줄이 소환됐거나 구속됐다.

롯데그룹 한 관계자는 "그동안 타그룹 검찰 수사에서도 오너 뿐만 아니라 계열사 사장들까지 싹쓸이로 구속한 사례는 없었다"라며 "그럴 일도 없겠지만 만약 신 회장이 구속된다면 경영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