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회계감사 의무화, 비용 부담에 대응책 마련임의 회계감사 보다 비용 3배 이상 늘어
  • ▲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가 이달 들어 외부 회계 감사를 안 받기 위해 주민 동의를 얻고 있다. ⓒ뉴데일리
    ▲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가 이달 들어 외부 회계 감사를 안 받기 위해 주민 동의를 얻고 있다. ⓒ뉴데일리



    경기도에 위치한 400가구 규모의 한 아파트 단지. 이달 들어 이 곳 관리사무소는 외부 회계 감사를 받지 않기 위해 입주민들에게 동의를 받고 있다.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회계감사를 받지 않기 위해 주민동의를 받거나, 아직 지난해 회계연도 외부 회계 감사를 받지 않은 단지가 상당수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께 주택관리사협회에 공문을 보내 "회계 감사를 받지 않은 관리주체 등은 과태료를 받게 되는데 올해 아파트의 외부 회계 감사 추진 실적이 지난 8월 말 기준 70.8%로 저조하다"며 "회원들에게 이를 알리고 조치한 내용을 국토부 해당 부서에 알릴 것"을 요청했다.

    주택관리사협회 회원인 주택관리사들은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을 관리하는 관리사무소장들이다.

  • ▲ 주택관리사협회가 21일 국토교통부의 공문을 받고 22일 회원들에게 공지한 내용 (사진=주택관리사협회)ⓒ
    ▲ 주택관리사협회가 21일 국토교통부의 공문을 받고 22일 회원들에게 공지한 내용 (사진=주택관리사협회)ⓒ



    이들이 관리하고 있는 일반 아파트 단지들은 내달 31일까지 공인회계사 등으로부터 지난해 회계연도에 대한 현장감사를 마쳐야 한다. 이후 감사 결과를 받으면 그 날로부터 한 달 이내에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감사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

    외부 회계 감사 실시 첫 해였던 지난해에는 주민들의 동의를 구해 감사를 받지 않은 곳이 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감사 보고서 제출 대상 단지 9166개 단지 중 8141개 단지가 회계 감사를 받아 보고서를 공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 보고서를 등록하지 않은 단지 1025개 단지 중 384개 단지는 재건축사업 추진 단지 등으로 감사 대상에서 제외됐고 나머지 641개 단지는 회계 감사 대상이지만 보고서를 등록하지 않았다.

    600개 넘는 단지가 주민 동의를 얻어 회계 감사를 받지 않았다는 얘기다.

    주택법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단지 중 300가구 이상인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외부 회계 감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주민의 2/3이상이 동의하면 1년간 외부 회계 감사를 받지 않을 수 있다. 한 해 쉬었다가 다시 또 외부 감사를 받아야 하면 그때 주민 동의를 다시 얻어 유예할 수도 있다.

    이처럼 아파트 단지들이 주민 동의를 얻어가면서까지 회계 감사를 건너 뛰려는 이유는 회계 감사 비용이 비싸다는 것이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최근 주민 동의를 받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 회계 감사가 의무화되기 전에도 2년에 한번씩 감사를 받았는데 그때는 50만 원대에도 가능했다"면서 "하지만 지난해 첫 의무 감사를 받으면서 비용이 150만 원대로 뛰었다"고 말했다.

    아파트 회계감사 의무화로 국내 영세 회계 법인들은 먹거리가 늘고 아파트 감사 전문을 표방하는 국내 회계 법인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감사 대상 단지는 서울 1278개, 경기 2602개, 인천 568개로 수도권에만 총 4448개에 달한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임의 감사였던 아파트 감사가 의무화되면서 영세 법인 회계사들 입장에서는 영업시장이 넓어지고 아파트 감사를 전문으로 하는 법인도 생겼다"며 "감사 비용이 상승한 것은 감사비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도 "감사 의무화 이후 사무실로 자신의 법인에서 감사를 하라는 광고 팩스가 많이 온다"고 말했다.

    아파트 회계 감사를 전문으로 하는 법인에 따르면 경기도 기준 300가구 이상인 경우 감사비용은 150~160만원, 서울의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230만 원 내외였다. 하지만 이것도 아파트 입지나 단지내 상가 유무 등에 따라 가격은 더 뛸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비용 등을 이유로 감사를 한 해 건너뛸 수는 있지만 이같은 현상이 반복되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종합감사 등을 나갈 수 있다"며 "회계 감사를 연이어 여러번 미루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 9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아파트 외부 회계감사 실태점검 결과를 보면  8319개 단지 중 1610개(19.4%)가 회계처리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지난해 감사 대상 단지 중 2000곳을 표본 추출해 감사 내용을 보니 관리비 횡령 등 1만3763건의 개선 권고사항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