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현대·신세계·SK네트웍스·HDC신라면세점, 특허권 두고 정면 충돌
  • ▲ 면세점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관광객들 ⓒ뉴데일리경제 DB
    ▲ 면세점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관광객들 ⓒ뉴데일리경제 DB

    서울 시내 신규면세점 3곳을 추가로 선정하는 대기업 면세점 특허권 입찰이 지난 4일 마감하면서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 간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롯데·현대·신세계·SK네트웍스·HDC신라면세점 등 총 5곳으로 각 업체들은 모두 특허 획득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먼저 월드타워점 부활을 노리는 롯데면세점은 국내 면세시장 점유율 1위 업체라는 브랜드 파워를 무기로 면세점 사업 재취득을 정조준하고 있다.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특허 심사에서 사업권을 잃고 올해 6월 영업을 중단했다. 이후 롯데면세점 측은 월드타워점에 배치된 13000여명의 직원들을 고용 유지하면서 이번 면세점 입찰을 준비해 왔다.

    월드타워점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로 꼽힌다. 우선 월드타워점의 매출이 지난해 기준 국내 3위였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 이번에 사업권을 재획득하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두 번째로 월드타워점은 롯데월드 어드벤처·롯데몰·롯데호텔, 그리고 올해 말 완공 예정인 롯데타워와 붙어 있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최근 기각돼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7월 면세점 사업권 획득에 실패한 현대백화점면세점도 강력한 후보다.
  • ▲ 이동호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사진 오른쪽)는 4일 오전 9시경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을 직접 방문해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특허신청서'를 제출했다.ⓒ현대백화점
    ▲ 이동호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사진 오른쪽)는 4일 오전 9시경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을 직접 방문해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특허신청서'를 제출했다.ⓒ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최근 중국 현지 상위권 17개 여행사와 MOU를 맺고 중국인 관광객 200만명의 한국 방문을 유치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발표하는 등 면세점 사업 획득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의 가장 큰 특징은 경쟁 사업자들과 달리 신규 사업자라는 점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이번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입찰이 새로운 사업자 진입을 통해 선의의 경쟁을 촉발해 면세점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면서 국가경쟁력도 제고하겠다는 게 기본 취지"라며 "이번 입찰에 참여한 유일한 신규 사업자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이 가장 유리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내세운 면세점 후보지는 지난해와 같은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으로 삼성동 코엑스 단지 내에 자리 잡아 접근성이 좋다는 것도 장점이다. 

    신세계는 센트럴시티를 신규면세점 후보지로 점찍고 편리한 교통편을 장점으로 부각했다.

    센트럴시티는 지하철 3·7·9호선, 28개의 버스 노선, 공항버스 3개 노선이 연결돼 면세점 파급력을 서울 시내 이외에 지방까지 극대화할 수 있다.

    최근 리뉴얼을 완료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만약 신세계가 센트럴시티에 면세점을 입점할 경우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과 센트럴시티, 그리고 최근 지분 16.67%를 추가 인수해 최대 주주에 오른 고속버스터미널까지 아우르는 대규모 유통단지를 만들 수 있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는 SK네트웍스도 워커힐면세점 부활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워커힐면세점은 지난해 특허권 갱신 실패로 지난 5월 영업을 종료했다.

    지난달 27일 최 회장은 이사회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반드시 특허를 획득하겠다"라며 "호텔과 면세점을 비롯한 워커힐 전체 매출을 향후 3년 내 연간 1조원으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SK네트웍스는 워커힐에 12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 계획을 골자로 만든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SK네트웍스는 이번 투자를 통해 워커힐면세점에 리조트 스파 시설 등을 건설해 도심 복합 리조트형 면세점을 만들어 고객 집객 효과를 극대화 시키겠다는 전략이다. 
  • ▲ SK워커힐면세점 규모 ⓒSK네트웍스
    ▲ SK워커힐면세점 규모 ⓒSK네트웍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아이파크타워'를 면세점 입지로 낙점하고 출사표를 던졌다.

    HDC신라면세점의 차별점은 삼성家와 현대家의 합작인 만큼 IT 기술을 면세점과 융합해 '디지털 혁신 면세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HDC신라면세점에 따르면 이번 면세점 사업권을 획들할 경우, 이곳에 삼성전자의 5세대 통신을 활용한 융합현실(MR, Merged Reality) 기술을 국내 유통 업계 최초로 선보이고 삼성SDS의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와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빅데이터 활용) 기술도 구현할 예정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면세점을 찾은 관광객들은 새로운 쇼핑 체험이 가능하다. 일례로 관광객은 자신의 간단한 취향을 입력하고 'MR 피팅룸'에 들어서면 인공지능이 '의뢰인'에 가장 적합한 패션을 제안한다.

    양창훈, 이길한 HDC신라면세점 공동대표는 “이번 사업 신청은 관광 산업의 질적 발전과 지속 가능한 성장에 가장 큰 주안점을 뒀다”며 “20~30년, 나아가 100년 후에도 끊임없는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면세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 ▲ HDC신라면세점 양창훈, 이길한 공동대표가 4일 오전 10시 50분경 논현동 서울본부세관에 신규 면세점 특허 신청서와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고 있다. (양창훈(우측), 이길한(좌측)) ⓒHDC신라면세점
    ▲ HDC신라면세점 양창훈, 이길한 공동대표가 4일 오전 10시 50분경 논현동 서울본부세관에 신규 면세점 특허 신청서와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고 있다. (양창훈(우측), 이길한(좌측)) ⓒHDC신라면세점

    한편 관세청은 서울지역 특허 일반경쟁 3곳, 제한경쟁 1곳, 부산과 강원 각각 제한 경쟁 1곳의 서류 접수를 마무리했다. 향후 관할 세관의 서류 및 현장실사, 특허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오는 12월 최종 사업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평가 항목은 업체의 보세화물 관리능력, 법규준수도, 재무건전성, 경제·사회발전 공헌도, 관광인프라. 기업이익 사회환원 정도 및 상생협력도 등으로 총 100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

    이중 심사위원 평가점수를 합산해 평균 점수 600점 이상 업체 중 상위 3개 사업자가 최종 면세점 사업자로 확정된다.

    관세청은 해당 점수를 최종 합격한 사업자 3곳에만 공개할 예정이며, 탈락한 사업자가 점수 공개를 요구하면 향후 논의해 공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