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능력-관리역량-입지여건' 우선 고려될 듯



면세점 특허전쟁이 유통 중소기업의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지금껏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경쟁이 대기업들의 잔치였다면 지난해 하나투어의 SM면세점이 중소·중견 면세점 시장의 물꼬를 트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오는 12월 결정되는 서울 중소·중견 면세점 단 한장의 티켓을 두고 5개 업체가 격돌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서울 시내면세점 진출이 중소·중견기업들에게 '꽃길'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첫 중소기업 면세점인 SM면세점은 올 상반기 140억원대 적자를 냈다. SM면세점의 실적부진은 하나투어의 주가하락으로 직결돼 기업가치까지 흔들고 있다. 신규 면세점을 내기 위해 초기 비용이 상당한 데다가 뾰족한 실적 개선책을 찾지 못해 더욱 곤경에 처한 모습이다.

이에 따라 신규 중견·중소기업 면세점 선정에 있어 무엇보다 운영능력이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 출사표를 낸 5개 업체는 각기 입지여건, 교통대책, 유통경험, 재무적 안전성 등을 들어 특허 획득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5개 업체는 우선 강남, 신촌, 명동, 동대문 등을 입지로 내세우고 있다.

강남권 유일의 신청자는 하이브랜드듀티프리고 나머지 4개 업체(탑시티, 엔타스, 정남쇼핑, 신홍선건설 컨소시엄)는 모두 강북권에 후보지를 제시하고 있다. 

하이브랜드는 양재IC 인근에 위치한 우수한 교통 접근성을 강점으로 꼽고 있다. 자사 건물인 면세점 판매장 면적이 축구장 2.4배 규모로 중소·중견기업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특히 대형관광버스 122대 동시주차가 가능한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외국인 관광객 대부분이 관광버스를 통해 시내면세점을 찾는만큼 차별적인 장점이 될 수 있다. 이미 대기업 면세점 특허경쟁에서는 주차문제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면세점 경쟁이 '주차장 대전'으로 불릴 정도다. 

하이브랜드는 중소기업 최대 한국명품관을 조성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15년 유통경험과 인력들을 활용해 면세점, 프리미엄아울렛, 대형마트, THE K호텔서울과 연계해 '원스톱 쇼핑 관광문화'를 꾸릴 계획이다.  

강북지역에는 신촌에만 두 곳의 면세점이 몰렸다. 탑시티와 엔타스의 경쟁이 치열하다. 

엔타스 듀티프리는 경복궁·삿뽀로 등 외식업체인 엔타스의 자회사로 지하철 신촌역과 홍대입구사이의 거화빌딩을 입지로 정했다. 이 회사는 인천공항·인천항 등 면세점 운영 노하우를 앞세우고 있다. 

역시 공항면세점을 운영 중인 탑시티면세점은 신촌 민자역사를 입지로 제시했다. 탑시티는 지난해 3월 인천공항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돼 9월부터 시내면세점 영업을 시작했다. 

정남쇼핑은 여행사를 직접 운영하고 있어 개별 관광객 유치가 가능한 점을 강점으로 들고 있다. 또 명동에서 10여년 간의 사후 면세점 경쟁력을 더해 명동 MCM건물 인근에 면세점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신홍선건설 컨소시엄은 동대문제일평화시장, 신홍선건설, (주)홍선 3개 업체가 동대문 제일평화시장 6층과 7층을 입지로 도전장을 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청 역시 중소기업 면세점의 실적 부진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면서 "면세점 관리 역량, 관광 인프라, 경영 능력까지 총체적으로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세청은 앞서 시내면세점 입찰 심사 평가 항목으로 △특허보세구역 관리 역량(250점) △운영인의 경영능력(30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제품 판매실적 등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공헌도(150점)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정도(150점)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