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선정구역 전반적인 감소 수주량 감소사업성 부족하면 "무리하지 않는다"

  • 최근 재건축·재개발 시장이 호황을 이루고 있다. 건설사들도 미래먹거리 확보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수주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부 지역에선 온도차가 발생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외형적으로 우수한 입지라는 평가가 나오는 지역이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양새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달 기준 올 10대 대형건설사 일부는 도시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이 지난해 실적보다 못 미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GS건설은 지난해 8조180억 수주고를 올린 데 반해 올해는 7223억원 일거리 확보에 그쳤다. 롯데건설도 2015년 실적 2조416억원을 달성했지만 올해는 1조2983억원으로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물산은 올해 수주소식이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시공사를 선정하는 구역이 지난해보다 감소했다고 입을 모았다. 상당한 규모 시공권을 확보한 만큼 무리하게 수주전에 뛰어들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건설사들은 시공사 입찰 전부터 홍보비용으로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는다. 결국 사업성이 부족한 지역 수주를 위해 무리하지 않는 모습이다. 

    정부가 한동안 택지지구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대형건설사는 주택사업을 위해 재건축·재개발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택지지구는 중견건설사가 복수청약으로 나서는 만큼 대형사가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무차별 수주전'은 지양하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택지지구 공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재건축·재개발 수주는 주택사업을 위한 최우선 과제"라면서도 "분양시장이 호황을 이루면서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지역도 시공사 선정에 나섰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신반포 7차가 꼽힌다. 강남 노른자 입지라는 특성상 대형건설사 다수가 군침을 흘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대림산업과 호반건설 단 2곳만이 입찰에 참여했다. 업계에선 높은 입찰보증금(570억원)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현금유동성을 확보한 대형사 위주로 참여를 제한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왔다.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A건설 관계자는 "신반포7차는 '강남'이라는 상징성과 우수한 입지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조합원들이 원하는 시공수준과 일반분양 가구수 등 전체적인 사업성을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B건설 관계자도 "인근에 랜드마크로 변신한 '아크로' 단지가 대림산업 선호도를 끌어올렸다"면서 "업계에서도 대림산업 수주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천호1구역은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민간과 처음으로 공동시행을 진행하는 정비사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앞서 두 차례 시공사 선정에 나섰지만 주인을 찾지 못했다. 건설사들은 조합과 공사가 제시한 공사비가 낮게 책정돼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현재 조합과 공사는 공사비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지방에서 가장 호황을 보이는 부산. 그중에서도 '부산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해운대구는 우수한 입지와 높은 집값이 특징이다. 지난달 우동3구역은 입찰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다수 대형건설사가 현장 설명회에 참석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이영래 부동산서베이 대표는 "우동3구역은 관공서와 지하철이 가까운 데다가 대단지로 들어선다"라며 "추후 새 아파트로 탈바꿈하면 높은 몸값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동3구역은 이런저런 소송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건설사들도 사업 진행에 대한 부담으로 실제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추후 건설사와 조합이 명확히 입장을 결정해야 사업이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