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대체인력 4천여명"… 최대 3871명 넘으면 노조법 위반국토부 "화물운송 필수업무에 추가"… 노동계 "공공부문 파업 족쇄" 반발
  • ▲ 철도파업.ⓒ연합뉴스
    ▲ 철도파업.ⓒ연합뉴스

    철도노조 파업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국토교통부가 대응과정에서 내놓은 대책들이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은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노조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코레일이 경우에 따라 법을 위반한 게 되는 역전상황에 처할 수 있다.

    국토부는 철도노조의 파업참여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노조법을 손질하겠다는 태도여서 노동계 반발이 예상된다.

    21일 국토부에 따르면 코레일은 지난달 30일 기간제 직원 1000명을 모집해 796명을 채용했다. 파업 추이를 봐가며 최대 3000명까지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1∼16일 2차 모집에는 총 2171명이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레일 관계자는 "협력업체와 업무협약을 통해 경력자 467명을 추가로 확보했다"면서 "20일 현재 4013명의 대체인력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번 파업의 불법 여부를 놓고 아직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조와 정부가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노조 주장대로 이번 파업이 적법하다면 코레일은 노조법을 어기고 대체인력을 과다 투입한 게 된다.

    노조법은 철도 등 필수공익사업장에 한해 합법적인 파업이라도 대체인력을 쓸 수 있게 예외를 두고 있다. 이때 대체인력은 파업참여자의 50%를 넘을 수 없다.

    21일 현재 코레일이 밝힌 파업참여자는 출근대상자 1만8360명 중 7360명이다. 이번 파업 기간 최대 참여인원 7742명을 기준으로 삼아도 대체인력은 3871명을 초과할 수 없다. 코레일 집계대로면 142명이 초과한 셈이다. 일각에선 대체인력이 2013년보다 1000명 더 많은 5000여명에 이른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용노동부 고영선 차관은 파업 첫날 "이번 노조와 코레일 간 협상은 임단협과 무관하게 성과연봉제 도입에 국한한 것"이라며 "노동위원회는 (개정된 보수규정은) 코레일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항이고 이익분쟁이 아니라 임금 근로조건의 결정에 대해 그 효력을 다투는 권리분쟁인 만큼 파업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은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견해다.

    고용부 한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는 파업의 주체·목적·절차·수단 등을 따져 불법 여부를 따지는 데 정부는 목적이 부합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다만 최종 판단은 법원의 몫이어서 지금 노조 주장이 틀렸다고 확언하기는 곤란하다"고 부연했다.

    노동계는 이번 파업이 적법하다고 주장한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철도 파업과 관련해 "노조 반대에도 이사회 결의만으로 도입하는 성과연봉제는 현행법상으로도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등으로 구성된 '공공성 강화와 공공부문 성과·퇴출제 저지 시민사회공동행동'은 지난 19일 서울중앙지검에 강호인 국토부 장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강 장관 등은 노조법에 근거한 철도노조의 정당한 쟁의행위를 불법으로 왜곡하고 구속수사 등 처벌을 주문해 헌법상 권리 행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도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번 파업의 불법 여부에 의문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공공기관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도입한 성과연봉제는 무효일 가능성이 크다"며 "국회 입법조사처도 이와 관련한 최종 결정은 사법부 판단이 필요하다는 태도"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주승용 의원은 "코레일이 임금체계 변경을 단체교섭대상으로 보고 노조에 보충교섭을 요구한 데 이어 두 차례 본교섭까지 진행했다"며 "코레일이 뒤늦게 단체교섭대상이 아니어서 불법파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법원 판단에 따라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코레일이 되레 법을 위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국토부는 파업 대책과 관련해 필수공익사업장의 필수유지업무 추가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예고했다.

    물류차질 최소화와 안정적 승무를 위해 화물운송과 열차승무업무를 각각 필수공익사업과 필수유지업무에 포함하겠다는 게 국토부의 구상이다. 현재는 기관사 등 운전인력과 열차 유지보수인력이 필수유지업무로 분류된다.

    노동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남 대변인은 "지금도 노조법의 필수공익사업장 예외조항이 노동자 권리를 제한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필수유지업무를 추가하겠다는 것은 공공부문에서는 아예 파업을 못 하게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노동계 관계자는 "정부가 협박용으로 필수업무 확대를 말하는 게 아니라면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에 족쇄를 채우겠다는 것으로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며 "철도에 그치지 않고 통신·병원·수도·전기 등 다른 공익사업장으로 노동쟁의 제한을 확대한다는 게 정부의 의도가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