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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됐지만 사립학교 외국인 교원, 유학생 등의 경우 소속 교육기관에서 일일이 설명해줘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립학교 교직원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됨에 따라 대학가에서는 저촉 행위 방지를 위한 설명회를 실시하는 등 자칫 법 위반으로 과태료,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긴장감이 높은 상태다.
서울소재 A대학 관계자는 "김영란법으로 조심하자는 분위기다. 학생, 교수 간 단순한 선물도 저촉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에 상황을 주시하며 전체 구성원에게 해당 법에 대한 설명회 등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에 앞서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직종별 해설집, 유권 해석 등 각종 자료를 내놓았다. 하지만 외국어의 경우 지난 4일에서야 영문 법령 자료가 등장했고, 이달 21일 간략한 내용을 담은 영문 리플릿이 공개됐다.
권익위 홈페이지에 등장한 영문 리플릿 자료의 경우 24일 기준 157회 조회, 약 1개월 전 공개되 1만~4만건가량 확인된 타 게시글보다 낮은 수치였다.
영문 리플릿의 경우 광범위한 김영란법 내용을 압축한 형태다. 법령 등 영문으로 등장한 자료의 경우 외국인 교원의 다양한 국적 등을 고려하면 영어권 국가에만 한정됐다.
대학정보공시센터에 따르면 올해 기준 국내 4년제 대학, 전문대, 대학원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에 소속된 외국인 전임교원은 5699명이다.
B대학 외국인 교원 80명 중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국적은 49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경기 소재 C전문대은 9명의 외국인 교원 중 7명이 중국, 일본 국적이다. 세종시의 한 전문대는 외국인 교원은 2명이지만 모두 비영어권 국가 출신으로 나타났다.
D대학원대학 관계자는 "김영란법 교육을 하라는 지침에 외국인 교원, 학생 등을 대상으로 별도로 설명회를 진행했다. 영문 자료는 오지 않았고 자체적으로 마련한 내용으로 김영란법을 안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경북의 E대학 관계자는 "앞서 권익위로부터 영문으로 된 자료를 받지 못했었다. 공문도 따로 없고 영문 교육도 없었다"며 향후 상황에 대해 우려하기도 했다.
외국인 교원과 더불어, 유학생 역시 김영란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지난 8월 교육부가 발표한 '2016 교육기본 통계'에서 올해 4월 기준 외국인 유학생은 10만4262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학위과정을 밟는 유학생 중 61.7%(3만8958명)는 중국 국적이었고 베트남(3466명), 몽골(2279명), 일본(1568명) 등 아시아 지역 출신이 상당수다.
유학생 신분이더라도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다는 점에서 김영란법 자료가 비영어권 출신을 위한 안내는 전무한 상태다.
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카네이션 등을 선물하거나 출석과 관련한 부분도 청탁이라고 볼 수 있다는 권익위의 유권 해석 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자칫 김영란법에 저촉시킬 수 있는 상황이 우려되지만, 대학 측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권익위 측은 "다른 외국어 자료는 없다"고 답할 뿐, 관련 부서에서는 침묵으로 대응하고 있어 교육기관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E대학 측은 "(김영란법에 대해) 문의를 하는 외국인 교원에게 해설만 해주는 형식이다. 김영란법 자료는 영어만 있고 다른 국가의 언어는 없다. 학교에서 김영란법에 대응해야 하니깐 다소 불안한 감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 대학 학생팀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별도의 교육이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과 관련해 준비가 덜 된 거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