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이미경 미운털-한진 조양호 괘씸죄-부영 이중근 청탁설뇌물죄로 번질까…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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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씨가 지난 5일 서울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미르와 K스포츠재단으로 야기된 '비선실세'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의 국정 개입 파문이 온 나라를 휘감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두 번째 대국민 사과를 했고,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최순실 특검'도 탄력을 받고 있다. 이번 사태로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크고 작게 연루되거나 피해를 본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재계 총수와 오너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 때 최순실씨와 가깝다는 소문에 휘말렸던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청와대로부터 경영 퇴진 압력을 받은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측근'이 아닌 '피해자'로 신분이 바뀌었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에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압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경우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K스포츠재단에 대한 추가 기부를 요청받고 회사가 받고 있는 세무조사 무마를 부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미경 CJ 부회장은 한 때 최순실씨의 최측근이라는 소문에 휘말리기도 했으나, 실제로는 현 정권에서 청와대의 퇴진 압력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최씨가 기업 여성 대표, 고위 공무원 아내 등이 참여하는 비밀 모임에 참가해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구설수에 오르면서 회원으로 거론된 인사들이 모두 모임의 실체를 부인했고, 이미경 부회장 측 역시 소문을 일축했지만 세간에는 여전히 의혹의 시선이 존재했다.
그러나 지난 3일 청와대가 이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정황이 확인됐다.
2013년 말 청와대 핵심 수석비서관은 CJ그룹 최고위 관계자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했다. 당시 청와대 수석은 이 부회장의 조속한 퇴진을 강조했으며 VIP(대통령)의 뜻이냐는 질문에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은 현 정부의 다양한 문화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특혜 의혹을 받기도 했지만, 해당 통화 내용 공개로 이 부회장이 현 정권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힌 피해자였던 것이 밝혀진 셈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으로부터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나라는 압력을 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목을 끌었다.
조양호 회장은 2014년 7월부터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아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했으나, 1년 10개월 만인 지난 5월 갑작스럽게 사퇴를 발표했다. 당시 공식적인 사퇴 이유는 한진해운의 경영 위기 등 그룹 내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조 회장이 본인 의지와는 무관하게 정부 압력으로 위원장직을 내려놓았다는 얘기가 조직위 안팎에서 나돌았다. 최씨의 개인회사인 더블루K와 MOU를 체결한 스위스 건설회사 누슬리에 평창올림픽 경기장 공사를 주라는 문체부 고위관계자의 압박을 조 회장이 거부해 '괘씸죄'에 걸렸다는 것이다.
이후 조 회장이 사퇴하기 하루 전인 지난 5월2일 김종적 전 문체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이만 물러나 주셔야겠다. 이유는 모른다"는 말을 들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이 같은 의혹이 공개됐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 역시 최순실씨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국정농단의 '피해자'로 비치는 모양새다. 한진그룹이 회사 규모에 비해 적은 10억원만을 미르재단에 내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에게 미운털이 박혀 한진해운이 희생양이 됐다는 것이 재계에 떠도는 말이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안 전 수석으로부터 K스포츠재단에 대한 추가 기부를 요청받고 세무조사 무마를 부탁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최근 공개된 K스포츠재단의 회의록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2월 안 전 수석, K스포츠 정현식 전 사무총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70억~80억원의 추가 기부를 요청받았다. 앞서 부영은 이미 재단에 3억원을 기부한 상태였다.
이 자리에서 이중근 회장은 돕겠다는 뜻을 밝히는 한편, "현재 다소 부당한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이 부분을 도와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기록됐다. 부영은 지난해 말부터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았고, 국세청은 지난 4월 이 회장과 계열사인 부영주택을 법인세 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회의 내용은 K스포츠재단 관계자가 최씨에게 보고했으나, 결과적으로 부영의 추가 지원을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부영 측은 "당시 회장님은 잠깐 인사만 나누고 바로 떠났고, 동행한 김시병 사장만 남아 '세무조사가 진행 중이라 추가 지원은 힘들다'는 거절 의사를 표시했다"며 "회의록 내용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