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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대외 리스크(변수)에 또 다시 낙엽처럼 흔들렸다.
한국 금융시장이 '트럼프 리스크'로 요동친 가운데 이미 내년 코스피 전망을 세워둔 증권사들도 비상이 걸렸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9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2.25%, 코스닥지수는 전일 대비 3.92% 급락했다.
장중에는 코스피가 3.61%, 코스닥이 6.80%까지 빠지기도 했다.
미국 대선 개표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예상외로 선전해 당선가능성이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하락반전한 지수가 당선이 유력시되자 급락세로 기울어진 것.
원달러 환율도 달러당 14원 이상이 치솟았다. 전일 원달러 환율은 14.5원 오른 1149.5원으로 마감했다.
증권가는 전일 사태에 대해 '설마'하며 안심하다가 뒤통수를 크게 맞은 격으로 보고 있다.
이미 지난 6월 24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당시에도 유럽연합 탈퇴에 반대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믿었던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허둥대며 예상 밖의 결과에 대응해야 했는데, 4개월 반 만에 또 다시 변수에 치명타를 입은 것이다.
특히 트럼프는 유세과정에서 자신이 당선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브렉시트의 10배가 넘는 충격이 올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안일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 대다수 증권사는 9일 오전까지만 해도 사전 투표 결과 및 여론조사를 토대로 종합한 결과 이변이 없는 이상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승리가 예상되고 국내 정치 상황도 국회에 책임총리 추천권이 부여돼 국내외 정치적 불확실성의 점차적 통과가 예상된다는 보고서들을 쏟아냈다.
반면 불과 몇시간 만에 상황이 급반전되면서 내년 증시전망은 물론 당장 눈앞의 시장상황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내놓기 바쁜 모습이다.
예상밖 결과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을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줄을 잇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트럼프의 경제 정책 분석 이후 다시 한 번 증시가 충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코스피지수가 1800선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정책 불확실성 심화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트럼프가 대권을 거머쥐면 전 세계 금융시장은 브렉시트 이상의 충격파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씨티그룹의 경우 트럼프가 승리하면 MSCI 신흥국지수가 적어도 10% 이상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 전개에 금융당국도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정부와 관계기관은 전일부터 비상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당국은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정책 불확실성 심화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나마 간밤에 다우지수, 러셀지수, 나스닥지수 등이 모두 상승마감한 것은 다행스러운 요소다.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후보가 대선 패배를 승복하고, 트럼프 당선자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