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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이 분양사업을 진행하면서 집단대출 은행 공개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최근 은행권이 집단대출을 거부하는 사례와 맞물리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양현장에선 집단대출 은행 확정과 이자율 공개를 꺼리는 분위기다.
수도권 한 분양소장은 "계약과정에선 대출은행과 이자율 수준을 설명한다"면서도 "특정 은행과 집단대출을 진행한다는 사실을 계약 전부터 공개하기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는 특정 은행이 공개되면 다른 건설사도 해당 은행에 집단대출 요구가 빗발칠 수 있어서다. 최근 시중은행은 집단대출을 축소하는 분위기다. 만약 인근 사업지에 집단대출 진행이 공개되면 다른 건설사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결국 건설사들도 추후 해당은행과 사업지속성을 위해 몸을 사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즉, 은행 심기를 건드릴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다.
실제 서울에서 분양을 진행한 A건설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계약 전부터 집단대출 은행이 공개되자 해당 은행으로부터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인 것. 또 인근에서 다른 대형건설사 분양을 예고해 은행 입장이 난감해질 수 있다는 점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A건설 관계자는 "회사내부에서 집단대출 은행 공개를 지양하는 분위기"라며 "은행이 공개되면 집단대출 담당부서에서 항의가 들어온다"고 전했다.
최근 대형건설사도 제2금융권과 집단대출을 진행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대단지 사업을 성공리에 마친 B건설사는 당시 제2금융권과 집단대출을 확정했다. 이후 계약은 1주일 만에 완판에 성공했다.
B건설사 관계자는 제2금융권과 집단대출을 진행한다는 사실이 공개되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제1금융권이 집단대출을 거부했다는 사실에 소비자는 "사업성이 떨어지는 단지"라는 부정적 인식을 받을 수 있어서다. 신용도가 부족해 시중은행에서 집단대출을 거부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공산도 크기 때문이다.
B건설 관계자는 "수요자들도 최근 시중은행에서 집단대출을 거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과거보다 거부감이 적다"면서도 "일단 제2금융권은 이자율이 높다는 편견이 있어 계약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부담이 있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이자율' 공개가 가장 민감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자율은 건설사 신용도와 해당 사업지 특수성이 반영된다. 결국, 건설사마다 집단대출이 이자율이 다르다는 점이 주목받을 수 있어서다.
올해 한 중견건설사는 수도권 택지지구에서 제2금융권과 집단대출을 계약하면서 3.4% 이자율로 사업을 진행했다. 회사 신용도와 높은 초기 계약률이 낮은 이자율 원동력이 됐다. 반면 대형건설사가 시공을 맡은 강남 재건축 단지는 '초기 완판'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과 3.5% 이자율로 집단대출이 실행됐다.
건설사들은 이자율 공개를 꺼리는 이유로 계약자 민원을 꼽았다. 계약자들이 비슷한 입지에 등장한 단지가 이자율이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이자율 증가는 고스란히 수요자 부담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인근 단지 계약자들은 이자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신규 단지 이자율이 0.1%라도 높다면 계약자들 항의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