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관행 규제로 롯데 계열사 거래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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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를 피해 일본에 도피 중인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배우자 서미경(57) 씨 소유 회사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자본잠식 위기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 씨가 실소유주인 유한회사 유기개발은 그동안 주로 롯데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이익을 올리던 회사였으나 최근 롯데 측과의 거래관계가 잇따라 끊기면서 어려움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

3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주요 점포 식당가에서 냉면전문점과 커피전문점 등 다수의 매장을 운영 중인 유기개발은 지난해 매출 82억8천여만원에 6억6천여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재작년 매출 102억6천여만원에 3억3천여만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유기개발은 자본금이 3억5천만 원에 불과해 자본잠식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기개발은 유한회사여서 주식회사와 달리 구체적 재무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자본잠식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37살 나이 차가 나는 사실혼 관계의 서 씨에게 윤택한 생활을 보장해주고자 했던 신 총괄회장의 배려에 따라 1981년 설립된 유기개발은 그동안 롯데 계열사와의 안정적 거래로 흑자 행진을 벌여왔으나 2년 전부터 실적이 악화했다.

이 무렵 재벌기업의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관행이 여론의 지탄을 받으면서 당국이 적극적 규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대표적 '일감 몰아주기' 사례로 지적받았던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의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는 결국 롯데시네마와의 거래가 끊긴 지 3년 만에 청산 절차를 밟았다.

신 이사장이 대주주였던 시네마통상 등은 전국 롯데시네마 체인에서 팝콘 매장 등을 운영하며 안정적 수익을 올리다가 롯데와의 거래가 끊기면서 생존이 어려워졌다.

재계 전문가들은 유기개발 등 롯데 계열사와의 거래로 연명해온 '서미경 회사' 역시 '신영자 회사'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백화점을 위시한 주요 롯데 계열사들은 최근 검찰 수사 등을 거치면서 서 씨 모녀의 실정법 위반 의혹이 불거지자 유기개발 등과의 거래관계를 순차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서 씨가 실소유주인 유기개발 등은 전적으로 롯데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 덕에 연명해온 기업이기 때문에 롯데가 거래관계를 끊으면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전문가들은 그러나 서 씨가 막대한 가치의 부동산과 주식 등을 보유한 자산가인 만큼 유기개발 등이 청산되더라도 당분간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